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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한국의 산사 세계의 유산/주수완 지음/조계종 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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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번뇌의 바다에서 헤어나질 못할 때 푸른 숲 속 조용한 절을 찾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에 평온이 찾아올 때가 있다. 나고 늙고 병 들며 종내는 죽음을 맞닥뜨리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산사는 어쩌면 적멸과 해탈의 가르침을 말없이 전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사찰 초입 일주문에서부터 사천왕, 석탑, 대웅전을 비롯해 여러 전각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도 이유 없이 자리한 곳은 없다. 눈이 가는 어느 곳도 가람을 배치한 지혜와 배려가 담겨 있다.

한국의 불교유산은 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과 불국사·석굴암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래 2018년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7곳의 산사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됐다.

책은 미술사학자이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참여했던 지은이가 통도사를 시작으로 불국사와 석굴암까지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사 9곳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람 주변 산을 중심으로 사찰마다 지닌 역사와 전래되는 이야기 등을 사진과 함께 마치 가상현실을 속을 거닐 듯이 글로 풀어내고 있다.

'지형에 순응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체 풍광을 보면 다분히 의도적이다. 일직선으로 배치했다면 앞에 있는 건물에 가려져 그 뒤에 있는 건물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축선을 휘어놓으면 안으로 들어오면서 보일 듯 말 듯하면서도 가장 뒤에 있는 무량수전이 가려지는 일 없이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각적인 배려다'(부석사 설명 중에서)

이렇듯 가람이 지닌 건축의 아름다움은 물론 그 속에 깃든 정성과 배려, 불교적 이상세계의 구현 등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동안 산사에 들면 번뇌가 봄날 눈 녹듯 했던 까닭이 괜히 그러했던 것이 아니었다. 32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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