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농협 공판장 경매 중단사태 불씨 "상자 대여료 공방"

중도매인협, 타 공판장과 형평성 '기간 상관없이 기본수수료 150원'
임대사업체, 상자 회전율 정상화 위해 추가 수수료 인하해서 받아야

17일 연휴가 끝나고 개장된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는 사과 상자 사용 수수료를 둘러싸고 상자 임대업체와 중도매인들 사이에 빚어진 마찰로 중도매인들이 낮은 가격에 응찰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상자 마다
17일 연휴가 끝나고 개장된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는 사과 상자 사용 수수료를 둘러싸고 상자 임대업체와 중도매인들 사이에 빚어진 마찰로 중도매인들이 낮은 가격에 응찰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상자 마다 '불매 딱지'가 나붙는 등 사상 초유의 경매무산 사태가 빚어졌다. 엄재진 기자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 경매 중단사태를 불러온 불씨는 '사과 상자 대여료'다. 사과 상자를 이용하는 중도매인들과 상자 임대사업체 사이에서 '추가 수수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 갈등으로 지난 17일 중도매인들은 경매에는 참가했으나, 턱없이 낮은 가격을 응찰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민드이 내놓은 1만여 상자의 사과가 팔려나가지 못했다. 18일에도 5천여 상자의 사과가 공판장에 나왔으나 경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17일 밤 농협과 중도매인협회, 임대 사업체 등이 한차례 만나 수수료 협상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업체측은 "추가 수수료를 인하하더라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도매인들은 "기간에 상관없이 기본 수수료만 받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안동농협, '2018년부터 상자 위탁업체 선정'

안동농협 공판장 사과 상자 임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도매인 최모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사과 상자 적치장소 사용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농협측은 사과 상자 운영업체 선정을 통해 체계적 운용 시스템을 갖추었다.

농협은 최모씨 소유의 사과 상자를 사들이고, 8만개를 추가 제작해 20kg들이 플라스틱상자 54만여를 입찰을 통해 통일농산과 위탁관리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3억8천700만여원의 계약보증금을 받았다.

상자 이용료 문제는 이 계약서에서부터 시작됐다. 농협과 통일농산이 맺은 위탁관리운영 계약서에는 '30일이내 기본수수료 150원', '1달 이후 15일마다 추가수수료 150원', '3개월 경과시 판매로 간주해 보증금 4천원 환불 불가' 등을 명시해 놓았다.

하지만, 그동안 '3개월 경과시 판매로 간주한다'는 내용은 사실상 사문화됐으나, 기간 경과에 따른 추가 수수료와 관련해서 농협측은 "사과 상자 회수율이 낮아지면서 지난해와 올해 1월에 각각 8만개를 추가 제작했으며, 이 상태라면 10월에도 10만개의 추가 제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협이 상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지금도 15만여개가 회수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추가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중도매인들이나 전국의 상인들로부터 상자 회수는 보장되지 않아 추가 제작에 따른 사업체의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위탁관리 업체선정 입찰에 앞서 중도매인협회 직영 건의와 업체 선정이후 계약이행 관련 의견을 묻는 등 중도매인들과 사전 의견을 나누었지만, 모두가 무시되고 있다"고 했다.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18일 이틀째 사과 경매가 무산되자 농협측이 전량 매입하기로 하고 직원들이 사과를 생강출하조절센터로 임시 저장하기 위해 이동작업에 나서고 있다. 엄재진 기자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18일 이틀째 사과 경매가 무산되자 농협측이 전량 매입하기로 하고 직원들이 사과를 생강출하조절센터로 임시 저장하기 위해 이동작업에 나서고 있다. 엄재진 기자

◆중도매인협회, '사용자 의견없이 대여료 계약'

중도매인협회의 가장 큰 불만은 "사과 상자의 사용 주체는 중도매인과 상인들이다. 대여료 계약서 작성시 사용자를 빼고 농협과 위탁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해 받아 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이라 했다.

특히, 이들은 인근 안동청과를 비롯해 대부분의 공판장 사과 상자 대여료 규정이 기본 수수료만 있고, 추가 수수료나 기간에 따른 상자 매입 규정 등이 없다는 형평성을 내세우고 있다.

중도매인협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자 회전이 줄잡아 330만 건에 달한다. 농민들에게 100원, 중도매인들에게 150원의 기본 수수료만 받아도 8억3천여만원에 이른다"며 "여기에다가 추가 수수료를 최고 200원을 더 받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 했다.

또 다른 중도매인은 사과 유통에 따른 안동농협 농산공판장 중도매인들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계약이라는 주장도 내 놓고 있다.

사과 경우 7~8월에 수확되는 여름사과와 11월경에 출하되는 겨울사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여름사과 경우 유통기한이 짧아 대부분 상자는 1개월내에 회수될 수 있다. 하지만, 겨울 사과(부사) 경우 이듬해 여름사과가 나올때 까지 저장해야 해 상자 회수기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사과 유통 시스템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서울 가락도매시장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많은 사과 거래량을 자랑하는 안동농협 공판장 경우 타 공판장과 달리 큰 규모로 거래하는 중도매인과 전국 과일 상인들이 몰려들고 있어 장기간 사과 저장 사례가 잦다는 것이다.

중도매인협회 관계자는 "안동농협 공판장이 전국 최우수 공판장으로 자리잡고, 사과 거래량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된 것은 우수한 선별작업 등 공판장 시스템 역할도 있지만, 전국 상인들과의 신뢰 등을 쌓아 온 중도매인들의 역할도 있다"고 했다.

17일 연휴가 끝나고 개장된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는 사과 상자 사용 수수료를 둘러싸고 상자 임대업체와 중도매인들 사이에 빚어진 마찰로 중도매인들이 낮은 가격에 응찰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상자 마다
17일 연휴가 끝나고 개장된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는 사과 상자 사용 수수료를 둘러싸고 상자 임대업체와 중도매인들 사이에 빚어진 마찰로 중도매인들이 낮은 가격에 응찰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상자 마다 '불매 딱지'가 나붙는 등 사상 초유의 경매무산 사태가 빚어졌다. 엄재진 기자

◆위탁관리운영업체, '상자 회수율 낮으면 운영부담'

안동농협과 상자 위탁관리운영 계약을 맺고 있는 영농조합법인 '통일농산'은 한마디로 농협과 중도매인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체 말 못할 고민이다.

농협과 계약하면서 계약 보증금 명복으로 수억원이 들어간데다가, 상자 회전율이 낮아 제때 상자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또 다시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상자 회수 문제는 곧바로 회사의 운영과 직결되기도 하지만, 회사 존폐 문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결정적 사안이다.

업체측은 "지난해와 올 해 1월에 추가로 8만개의 상자를 농협측에 제작 의뢰해 받으면서 2억7천여만원의 보증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등 지금까지 54만개의 상자를 위탁관리하면서 16억1천여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15만개의 상자가 회수되지 않으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리자 상자를 회수하지 않는 중도매인들에게 '내용증명서'(최고장)를 보내 추가 사용료 납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농협측과 신규 운영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받지 못했던 상자 대여료 추가요금을 받지 않거나, 일부 받은 요금도 되돌려 주는 조처에 합의하기도 했다.

통일농산측은 "계약 체결에 앞서 그동안 문제됐던 대여료에 대해서는 백지화하면서 향후 대여료 계약에 대해서 이행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며 "세금과 직원 인건비, 보관장소 사용료 등을 비롯해 해마다 파손되는 상자 추가 제작에 필요한 보증금 등 만만찮은 경비로 인해 추가 수수료가 없을 경우 운영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사과 생산농민들, '농민·농산물 볼모로한 싸움 그만'

이같은 대여료 갈등에 농민들만 애간장을 태웠다. 자신들의 피땀이 스린 자식같은 사과가 자신들의 싸움에 이용돼 팔려나가지 못하자 허탈함과 본노가 치솟기도 했다.

사과 생산농 권모씨는 "농민들은 사과 상자 1개당 사용료 100원을 꼬박꼬박 원천징수 당해오고 있다"며 "농협과 중도매인들이 좋은 가격에 팔아주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동안 자신들이 애써 가꾼 사과들이 공판장에 그대로 쌓여 있는 모습에 농민들은 "예전에도 한두번의 경매 중단사태가 간헐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며 "이번 기회에 농민과 농산물을 볼모로 한 밥그릇 싸움은 없어야 한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다행히 안동농협이 19일 1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인근 안동청과에서 경매된 시세 가운데 최고가를 기준으로 이틀동안 공판장에 나온 15만 상자의 사과를 전량 매입하고, 대금을 지급하면서 농민들이 한시름 놓기도 했다.

안동농협 조합원인 사과생산농 김모씨는 "언제 또다시 갈등이 불거져 경매가 중단될지 모른다. 이번 기획에 확실한 대여료 계약을 완결 시키고, 앞으로 경매중단과 같은 불상사가 생길 경우 자격 박탈 등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농민은 "상자 위탁운영 업체 계약을 둘러싸고 농협 이사 개입설이 나도는 등 특혜 의혹 등 불신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저런 문제 등 공판장 운영 시스템에 대한 획기전 개선책 마련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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