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김영만 군위군수 "통합신공항, 큰산 넘고 이제부터 시작"

"성공하는 통합신공항 될 수 있도록 힘 모아달라"…"우보 고수도, 소보 유치도 군민 뜻 따라"
군위·의성 모두 승리, 상생 방안 찾아야…대구시민 등 이용자 접근성 보완책 숙제
관통도로 개설되면 관광산업 발전 기대…지역 공동체 향한 군민 헌신 기억해 주길

김영만 군위군수
김영만 군위군수

28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가 군위 소보·의성 비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확정되기까지에는 4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 과정에서 군위군 내부는 물론 군위와 의성 간 갈등은 이 사업을 무산 직전까지 몰고 갈 정도로 극렬했다. 출구가 없을 것 같던 암울한 시간도 있었지만 대구경북의 저력으로 이겨냈고, 그 중심에는 김영만 군위군수가 있었다.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의 시작과 끝이 모두 김 군수와 연결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군수를 만나 그간의 과정과 심경,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지금 심정이 어떤가.

▶군위군은 2016년 정부의 대구공항 통합 이전 발표가 있기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와 동시에 유치 희망 의사를 밝힐 수 있었다. 이런 발 빠른 행보가 주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주민들은 연일 시위를 하고 허수아비 화형식을 했으며, 급기야 2017년에는 군위군 개청 이후 처음으로 주민소환까지 시도됐다. 주변 만류도 많았지만 군위군이 살기 위해서는 공항 유치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묵묵히 견뎌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당히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사업 추진에 동력을 얻게 됐다.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이전부지 결정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공하는 공항으로 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숙제를 군민들과 함께 슬기롭게 풀어가겠다.

-이전지 유치 과정에서 우보 단독후보지를 고수하다 공동후보지로 불현듯 마음을 바꾼 이유는 뭔가.

▶군수는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우보 고수는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군민의 뜻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지난 1월 주민투표에서 군위군민은 우보를 선택했다. 이 때문에 갖은 압박과 고립 속에서도 우보를 고수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군위군민의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다. 대구시, 경북도, 국방부의 중재안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군민들의 여론이 공동후보지를 유치 신청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보를 고수한 것도, 소보로 유치 신청한 것도 군위군민의 뜻을 좇았을 뿐 다른 뜻은 없다.

-이번 일로 협상의 대가로 떠올랐다. 고려시대 외교의 달인인 서희 장군에 빗댈 정도다.

▶지역 정치권의 공동 합의문은 군위군이 요구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조건을 내걸고 소보를 유치 신청하겠노라 얘기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공동 합의문을 믿고 군위군민의 여론이 변화함에 따라 합의문을 좀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합의문 내용 중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경북도지사와 대구시장만 동의한다고 해서 이뤄질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 시·도의원의 동의를 원한 것이다. 각종 지원책 역시 지역 정치인의 도움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어서 대구경북 국회의원의 동의를 요구했다. 이런 명문화 덕분에 군위군민들이 공동 합의문을 믿게 됐고 여론이 변했으며 군수는 그에 따랐을 뿐이다. 합의문이 공수표가 되지 않도록 군수로서 할 도리를 했을 뿐 협상의 대가라는 말씀은 당치 않다.

-통합신공항과 관련해 아직도 걱정되는 게 있나.

▶군위군민들이 우보에서 소보로 돌아선 데에는 공동 합의문이 결정적이었다. 지역 정치인 모두가 동의한 합의문이 이행되지 않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시기가 2028년 개항에 맞춰져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군은 유치 신청 직후 가장 먼저 대구시 편입을 위한 절차에 착수, 지난 13일 군위군의회의 의견을 청취하고 경북도에 관할구역 변경건의서를 제출했다. 합의문에 포함된 민항과 군 영외관사의 군위 배치도 2021년 수립되는 기본계획에서 확정돼야 한다. 이 밖에도 공항신도시, 공무원 연수시설, 군위군 관통도로를 구체화해 나가는 일들도 시급하다.

-성공하는 공항이 돼야 한다고 늘 강조했는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단순히 군위군 하나 잘 살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 항공물류 접근성 강화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모색하고 침체된 대구경북 경제를 견인할 뉴딜 사업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하는 공항이 돼야 하고 관건은 민간공항 활성화다. 이런 측면에서 소보·비안 이전지는 대구시민 등 공항 이용자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보완책 등 남은 과제가 많다. 공항철도 등 관련 제반시설과 SOC사업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정부에서 예타를 면제하는 쪽으로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 과감한 투자만이 통합신공항이 살 길이다.

-공항 건설 과정에서 의성과 군위의 협력도 중요할 것 같다.

▶아시다시피 통합신공항 이전지는 군위와 의성 공동 지역이다. 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지역 정치권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일단락됐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군위와 의성은 이번 유치 경쟁에서 모두 승리자다. 지난날 경쟁관계를 벗어나 이제는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군위는 의성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는 공항을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다.

-현재 군위 민심은 어떤가.

▶공항이 공동 지역인 소보로 정해진 것에 대해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아쉬움을 표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 아니겠나. 하지만 우리가 지금껏 공항을 추진한 것이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고 지역 발전을 위한 것임을 알기에 군민들도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납득하고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는다.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면 군위는 어떻게 변할까.

▶소보에 공항이 들어서면 군위 서부지역은 구미의 산업단지와 연계한 산업들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고, 동부지역은 대구로부터 확장되는 산업들이 발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미와 이전부지, 대구와 이전부지를 잇는 혈맥인 도로망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특히 공동 합의문에 나와 있는 군위군 관통도로가 얼마만큼 내실있게 추진 되느냐에 따라 동부권의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관통도로가 개설되면 부계면, 산성면 등은 전원주택단지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고, 의흥면과 산성면, 고로면을 잇는 관광산업도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효령면의 항공고등학교를 비롯해 인적 자원을 통한 항공산업의 발전도 기대해 수 있다. 이같은 계획들을 전문가의 용역 등을 통해 모두 빈틈없이 준비해나가겠다.

-대구에 편입되면 군위도 제2의 달성군이 되는 것 아닌가.

▶대구 인근의 자치단체들이 대구광역시로의 편입을 바라는 이유가 제2의 달성군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기대가 우리 군민들을 움직여 통합신공항 이전부지로 소보를 신청할 수 있었다. 대구시로의 편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교통 인프라를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도시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구시 입장에서도 공항 이전으로 인한 대구시민의 불안을 다독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달구벌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벗어나 큰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요샛말로 올드한 세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예전부터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는 말은 자주 인용해 왔다. 우리 군민들은 6·25 전쟁에서 낙동강전선을 지키는 심정으로 공항을 지켜왔다. 지난 주민소환, 지방선거 등에서 군위군민이 손을 놓아버렸다면 지금의 통합신공항 이전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치 과정에서 우리 군위가 지역발전과 국방을 발목잡고 있는 것처럼 매도돼 군민들의 상처가 컸다. 군민들이 마음을 돌리는데 공동 합의문이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나 그 밑바닥에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국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잊지말아 달라. 이제 이전부지 결정은 마무리됐고 대구경북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공항을 건설하는 일만 남았다. 성공하는 공항을 건설하는데 시도민 모두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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