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수처 급히 만들어 정권 비리 수사 뭉개려는 속셈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입법과 행정적인 설립 준비가 이미 다 끝난 상황인데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독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 '야당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공수처장 추천 요건을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동의'에서 '5명 이상 동의'로 완화하는 데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권이 공수처 설치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여당 교섭단체 추천 2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 2명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개정안은 여야 구분 없이 국회가 4명을 추천해 7명을 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7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건도 7명 중 5명 이상만 동의해도 되도록 바꿨다. 작년 말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민주당이 밝힌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하는 법'이란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공수처법은 헌법에 따라 국무회의를 거쳐 임명되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침해하고, 수사 개시 여부 등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을 자체 규칙으로 정하도록 한 것 등 위헌(違憲) 요소가 다분하다. 이런 까닭에 야당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검·경찰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진 권력기구가 헌법도 아닌 법률로 설치되는데 위헌 여부를 따지는 것은 마땅하다.

헌재 판단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야당을 무시하면서 정권이 공수처 설치를 서두르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수처가 검찰에 수사 이첩을 요구하면 검찰이 응할 수밖에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공수처를 통해 권력 비리 수사를 흐지부지시킬 수 있다. 추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 같은 정권 관련 사건을 이관받아 뭉개는 것도 가능하다. '정권의 충견'이 될 우려가 큰 공수처를 서둘러 설치해 권력 비리를 덮으려는 정권의 속셈이 아닌지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