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점입추경(漸入醜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는 30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7개라는 주장도 있다.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는 확대재생산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소리다. 지난 2016년 영국 런던대학(UCL) 심리학과 탤리 샤롯 교수팀이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18~65세 자원자 80명을 대상으로 일종의 '거짓말-보상 게임' 실험을 하면서 이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촬영 장치(fMRI)로 촬영·분석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작고 하찮은 거짓말이나 부정직한 행동에도 뇌 편도체 활동이 급증했다.

편도체란 뇌 측두부 안쪽에 있는 조직으로, 정서적 정보의 통합·처리에 밀접하게 관여하며 특히 공포나 불쾌한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해 대처하게 한다. 이런 기능을 하는 편도체의 활동이 급증했다는 것은 쉽게 말해 '양심에 찔린다'는 감정이 생김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다음에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편도체 활동량이 줄어들었다. 거짓말을 못하게 하거나 양심에 찔린다는 감정을 갖도록 하는 '제동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거짓말이 거듭될수록 심화됐다. 뇌가 거짓말에 익숙해지며 별 죄책감 없이 더 큰 거짓말을 하는 악순환이 확대된다는 것인데 샤롯 교수는 이를 "거짓말의 급경사를 미끄럼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두고 샤롯 교수는 "거짓이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실질적 증거를 발견했다"며 "제멋대로인 정치인, 부패한 금융업자, 연구 결과를 조작하는 과학자, 충실하지 못한 배우자 등이 왜 결국은 엄청난 거짓말도 서슴없이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고 풀이했다.

샤롯 교수팀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뇌를 들여다봤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추 장관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휴가 연장을 청탁하거나 보좌관을 시켜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국회 속기록상 이런 거짓말이 27번이나 된다고 한다. 추 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조차 이런 거짓말은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업고 의혹을 제기한 야당과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기세등등하다. '점입추경'(漸入醜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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