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 7시부터 4시간째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폐지 5㎏도 못 주웠어요. 상가 앞에 폐지도 없고 있는 것도 다른 사람이 다 주워가 버렸네요. 하루종일 주워도 잘해야 5천원밖에 못 법니다."
21일 오전 11시쯤 대구시 북구 침산동의 한 교차로. 자전거에 폐지를 실은 한 노인이 주변 상가를 두리번거리며 페달을 천천히 밟아 나갔다. 10분이 채 안 돼 다시 만난 그는 "없어요, 없어"라며 손을 가로저었다. 주변 상가, 주택 앞에 버려진 폐지가 좀처럼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매일 11시간씩 폐지를 줍지만 밥 한 그릇 사먹을 돈도 못 번다는 볼멘소리를 내뱉고 다른 동네로 향했다.
코로나19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재활용업체 경영이 악화되면서 파지 가격이 낮아진 데다 상가에서도 좀처럼 폐지가 나오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때 ㎏당 150원까지 나갔던 폐지 가격은 코로나19 여파로 ㎏당 30원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로 경영 악화를 맞은 재활용업체가 폐지를 팔지 못하게 되자 파지 원자재가 넘쳐난 탓이다.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페트, 플라스틱 가격 등도 떨어졌다.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고물상 관계자는 "폐지의 경우 올 2월에 ㎏당 30원까지 떨어졌다가 7월부터 ㎏당 50~60원 선으로 조금 올랐다. 플라스틱 가격 역시 ㎏당 140원에서 70원으로 떨어졌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재활용품 납품 센터도 처리할 곳이 없다고 폐지 자체를 안 받았다. 어떻게든 팔려면 가격을 계속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폐지 100㎏를 모아도 수입은 5천~6천원이 전부다. 식사 한 끼를 겨우 해결할 수 있는 액수다. 이마저도 하루 10시간 계속 주워야 벌 수 있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한 할머니(77)는 "오전 6시에 나와 오후 8시까지 일하지만 걸음도 늦은데다 수레도 작다 보니 일주일을 모아도 100㎏를 못 모을 때가 많다"고 했다.
폐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하자 이들이 내놓은 폐지, 플라스틱 양이 대거 줄었다. 폐지를 주울 수 있는 곳이 줄자 어르신들끼리 속도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체력전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힘이 있는 어르신이 유리하다.
이날도 중구 대봉동의 상가밀집 지역 근처에서 30분 사이 모두 5명의 폐지 줍는 어르신과 마주쳤다. 수레를 자전거와 연결한 자전거 수레는 폐지가 흘러넘칠 듯 가득 차 있었지만 손수레는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손수레를 끌고 있던 B(82) 씨는 "자전거로 폐지 줍는 사람들 속도를 못 따라간다. 폐지가 보여 얼른 쫓아가면 자전거를 타고 재빠르게 담아 가버린다"며 "하루에 1천원 벌고 들어가는 날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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