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한목소리로 대구와 경북의 행정구역 통합을 외치고 있다. 이 지사가 선창(先唱)하고 권 시장이 화답(和答)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2018년 취임 초기부터 대구경북 통합론을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 권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 어젠다에서 선수(先手)를 놓쳤나 싶더니 요즘 들어서는 이 지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통합론을 주창(主唱)하고 있다.
살림을 합치면 자리 하나가 사라지는데도 두 단체장이 앞장서서 통합하자는 까닭은 뭘까. 여기에는 두 가지 개연성이 있다. 먼저, 대구경북 통합단체장 자리 욕심이다. 대권까지 꿈꿔온 권 시장으로서는 의미 없는 3선 시장보다 대구경북 통합단체장 자리가 훨씬 매력적일 것이다. 도지사 재선 가도에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이 지사에게도 통합단체장 선거판은 승산이 충분한 게임으로 비칠 수 있다.
대구경북 통합론에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높은 자리 욕심이 비난을 받을 일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공익과 충정이 정치적 욕심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두 사람은 통합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국가 간은 물론이고 도시 간 경쟁 시대다. 한 몸에서 분리된 지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대구와 경북의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대구는 지역내총생산이 이십 수년째 전국 꼴찌일 만큼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경북도 인구 소멸을 우려해야 할 정도다. 산업과 교육, 문화, 소비 등 모든 것이 수도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대구경북은 도합 인구 500만 명 유지마저 간당간당인 상황이다.
사실, 대구경북은 한 뿌리 의식과 정서적 연대감이 유독 강하지만 행정구역이 나눠진 뒤 불협화음도 잦았다. 앞에서는 상생을 외쳤지만 뒤로는 기업 유치와 국비 확보 등에서 소모적 경쟁을 벌였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를 10년째 해결하지 못했고 첨단의료복합단지와 물산업 클러스터 등 주요 현안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단일 행정권·경제권을 구성하고 자체 재정을 확보할 여력이 더 생긴다. 중복 투자를 피하고 산업단지 재배치 등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도 훨씬 쉬워진다. 대구와 경북을 문화·경제 중심지, 산업·관광 중심지로 육성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가 구현됨으로써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과도 한번 비벼볼 수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통합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광역지자체 통합 전례는 없다. 그래서 두려운 길이기도 하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실익 없이 사회적 비용과 갈등만 부를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특히 통합하면 장기적으로는 국비 예산(교부세)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대구시의 법적·행정적 지위 및 역할, 통합 지자체 명칭, 대구시민 정체성 문제 등을 놓고 지역적 갈등 및 이해관계 충돌이 분출할 소지도 크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특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권의 지원 사격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까지는 통합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상당수다. 시일도 촉박하다. 권 시장과 이 지사가 내놓은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6월 이전에 주민투표를 거쳐 시도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등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역민 관심도 높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청사진을 잘 그려 숙성시키는 것이다. 만약 추진해 봤는데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접는다는 용기도 필요하다. 천려일실(千慮一失)조차 허용 안 될 일이 있다면 그게 바로 대구경북 통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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