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금은방 강도짓을 벌인 뒤 도주한 30대 남성의 범행(매일신문 2일 자 10면, 3일 자 6면)은 주도면밀했지만 그물처럼 얽힌 폐쇄회로(CC)TV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사흘 만에 붙잡혔다.
포항북부경찰서는 4일 금은방 주인에게 음료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상해)로 A(39)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오후 2시 40분쯤 포항시 북구 죽도동 한 금은방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가 여주인 B(65) 씨에게 수면 성분이 든 병음료를 건네 마시게 한 후 정신을 잃은 틈을 타 귀금속과 현금 등 2억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A씨는 B씨에게 자신을 음료 판매원이라고 소개하며 병음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A씨가 수면 성분이 든 약을 음료에 탔다는 자백은 받아냈지만,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밝히는 단계는 이제 시작이다.
A씨의 범행은 나름대로 대담하고 치밀했다. 포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죽도시장을 끼고 있는 금은당이었지만 B씨에게 음료를 먹인 뒤 잠들 때까지 매장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범행에 걸린 시간도 금품을 쓸어담고 매장 CCTV 영상저장장치를 떼는데까지 한 시간이나 공들였다.
하지만 범행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은 이 CCTV만이 아니었다. 이 금은방 옆과 건너편, 주차장 차량 블랙박스 등 곳곳에 A씨의 움직임이 기록돼 경찰의 추적을 도왔다.
추적의 열쇠가 된 영상에는 A씨가 범행 후 곧장 왕복 4차로 도로를 가로질러 죽도시장 주차장에 숨겨둔 자신의 차량을 타는 모습이 잡혔다. 범행 장소와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후 A씨는 영천으로 이동한 뒤 차를 버리고 택시를 두 번이나 갈아타며 경산을 거쳐 경남 남해군까지 이동했다. 경찰은 A씨가 남긴 흔적과 탐문을 통해 지난 3일 오후 10시 50분쯤 모텔에 숨어있는 A씨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모텔에는 C(39) 씨도 함께 있었는데, 경찰은 C씨가 A씨의 도주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함께 체포했다. 이들은 4일 새벽 포항북부서 유치장에 들어갔다.
경찰은 A씨가 훔친 귀금속 등을 찾았으나, 절반 정도가 이미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경찰 수사가 속도를 냄에 따라 귀금속을 산 장물업자도 조만간 붙잡힐 전망이다.
또 경찰은 보다 정확한 수사를 위해 A씨가 금은방에서 훔쳐간 CCTV 장치도 찾고 있다. A씨는 승용차를 타고 가다 이 장치를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형사들이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며 "CCTV 자료 분석에 많은 힘이 들었지만 빨리 검거하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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