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이 난간 꺾음 명예 구함 아니었고 朱雲折檻非干譽(주운절함비간예)
원앙이 수레 막음 자기 위함 아니었네 袁盎當車豈爲身(원앙당거기위신)
한 조각 붉은 마음 임금님이 몰라주니 一片丹誠天未照(일편단성천미조)
여윈 말 채찍질하여 물러나다 머뭇대네 强鞭羸馬退逡巡(강편리마퇴준순)
한시 가운데는 고사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이해 불가능한 작품들이 많다. 이 시도 바로 그런 경우라서, 주운(朱雲)과 원앙(袁盎)의 고사를 이해하는 것이 작품에 접근하는 우선 순서다.
원앙은 황제의 수레를 딱 가로막고, 과감하게 바른말을 했던 한나라 효문제(孝文帝) 때 충신이다. 주운은 한나라 성제(成帝) 때의 충신으로 황제가 잘못을 저지르자 궁궐로 들입다 뛰어 들어가서 역린(逆鱗)을 서슴없이 건드리는 거침없는 비판을 퍼부었던 사람이다.
분노한 황제가 그를 밖으로 끌어내게 하자, 주운이 난간을 잡고 젖 먹은 힘을 다해 딱 버티는 바람에, 그 난간이 그만 뚝 부러져버렸다. 절함(折檻) 또는 주운절함(朱雲折檻)이라는 고사성어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그들이 이처럼 바른말을 한 것은 바른말을 했다는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도 물론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나라를 걱정하는 순도 100%의 일편단심의 소산일 뿐이었다.
위의 시를 지은 문극겸(文克謙: 1122-1189)도 유흥과 주색에 빠져있던 고려 의종에게 서슴없이 바른말을 퍼부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의종은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정말 안타까운 통치자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정중부의 쿠데타가 일어날 리도 만무했을 게다.
위의 작품에는 바로 그런 상황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충정과 현실에 대한 비탄이 아주 선명하게 포착되어 있다. 드디어 곪아 터질 것이 곪아 터져서, 정중부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문극겸은 "그때 왕이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통탄을 했고, 의종도 "내가 그때 문극겸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때가 한참 늦은 통탄을 했다.
'이게 나라냐?'며 들고 일어선 사람들에게, '이게 나라냐?'고 되묻는 국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이 그게 아니라고 바른말을 하고 있는데도, 권력자들은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며 초강수를 연달아 두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이야말로 도리어 끝장을 앞당긴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 아니던가. "내가 그때 민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때늦은 탄식을 하는 통치자가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민심이다. 부탁한다, 제발 민심의 흐름을 거역하지 마라.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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