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코로나19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제안

이종훈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이종훈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이종훈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전 세계적으로 자살 문제는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되어 왔다. 우리나라 역시 자살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데 2019년 한 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천799명으로 하루 약 37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6.8명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꼬리표처럼 달고 있다.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이유는 자살 사망자뿐만 아니라 남은 자살 유족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살 사망자의 남은 가족, 지인들 역시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가다 우울증을 경험하거나 삶을 포기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과거 자살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던 시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정신건강 종합대책, 자살예방 기본계획 등을 수립하고,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키는 등 자살률 감소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많은 연구에서 정신질환과 자살의 연관성에 대해 보고하고 있어 자살예방의 일환으로 국민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전국적으로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연구에서 정신질환 유무가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하고 있다.

미국정신의학협회(APA)가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요 우울장애(흔히 말하는 '우울증')의 진단 기준을 보면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식욕의 감소나 증가, 수면 문제,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 피로나 활력의 상실,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집중력 감소,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있으며 이 가운데 5가지 또는 그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 지속되는 경우 주요 우울장애가 아닌지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앞서 설명한 우울 증상 중 자신이 해당하는 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의료기관 등의 전문기관 이용을 권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상담, 교육, 집단 프로그램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4시간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를 운영하고 있어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가 필요한 누구나 언제든지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577-0199를 통해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기관 내소 혹은 가정 방문을 통해 대면 상담 역시 받을 수 있다.

또한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는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24시간 응급개입팀을 확대 운영하고 있어 자살을 포함한 정신건강의학과적 응급 상황 시 경찰, 소방과의 협조를 통해 현장에 출동해 상담 및 정신의료기관 연계 등 즉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응급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대상자가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경우 대상자 동의하에 거주지 내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약물 증상 관리, 일상생활 관리, 정서적 지지 등의 사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우울, 불안, 두려움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울 증상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이 있을 경우 혼자서 이를 감당하기보다 반드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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