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로 330일째이다. 지난 1월 19일, 중국 우한에서 온 한 입국자의 확진으로 우리나라가 팬데믹 상황에 들어선 지 일 년을 채워간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이나, 방콕이 아닌 집콕이 낯설지 않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 환경은 사람들의 사회적 습관에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혁신 기술은 일상생활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지만, 혁신성에 내재된 불확실성은 사람들의 회피 본능을 일깨우기도 한다.
최근 미국 등에서 긴급승인 후 접종이 시작된 COVID-19 백신도 그러한 기술 중심의 혁신 상품이다. 1년 미만의 유례없이 빠른 개발 과정을 통해 약 95% 효과성을 확보한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은 팬데믹이 몰고 온 불편함과 공포에서 인류를 구할 해결책이지만, 5% 부족한 효과성의 불확실성은 일부 시민들의 접종 거부,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다. 인간의 신체가 항상성 유지를 지향하는 시스템인 것처럼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현재의 익숙함이 주는 편안한 상태를 선호한다. 최고의 기술, 혁신적 상품의 효용에 매료되어 사용자를 간과했던 대표 사례로 세그웨이(Segway)의 실패를 생각할 수 있다. 세그웨이는 1인용 전동 이동 수단으로 2001년 미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도시의 출퇴근 광경을 바꿀 혁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세그웨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났다. 스스로 균형을 잡는 지능적인 메커니즘은 탑승자가 몸을 앞뒤로 기울이면 자동으로 나아가거나 방향 전환이 되고 정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출시 후 18개월 동안 6천여 대, 총누적 판매량 14만 대의 저조한 성과를 보였고,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던 세그웨이는 첫 출시 20년 만인 2020년 6월, 생산을 종료하고 퇴장했다.
세그웨이의 실패 원인으로는 높은 가격(최초 출시 가격 4천950달러), 제한적 활용성(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39㎞) 등도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고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 원인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를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너무 빠르고 차도에서는 너무 느린 속도의 세그웨이를 탄 모습은 도시에서조차 어딘가 어색했다. 결국, 세그웨이는 기술적으로는 매우 뛰어나지만, 사람들에게 제품을 사용해야 할 가치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기술적으로만 훌륭한 제품이 되었다.
하지만 세그웨이의 실패를 거울삼아 전동 휠, 전동 스케이드보드, 전동 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가성비가 뛰어난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들이 개발되었다. 우리는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격변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역동적 안정성이다. 자전거는 한자리에 멈춰 있을 때보다 달릴 때 더 안정적이다. 사람을 중심에 둔 역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노력만이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코로나 시대, 백신의 혁신성은 불확실성을 수반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속적 노력, 역동성은 인류에게 안정적 세계를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김태선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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