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지막달인 12월이면 거리와 대형 건물 앞을 장식하는 트리가 세워진다. 백화점과 아파트 단지 입구에 세워지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추운겨울을 환하게 밝힌다. 경쾌한 캐럴송이 더해지면 마음까지 밝아진다. 이웃과 나누는 인사에는 설렘을, 쓸쓸한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는 겨울이다. 가족과 친구들이 나누는 축복의 말은 연말연시 두 배의 행복이다. 비록 선물을 주고받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푸짐해지는 선물 같은 날, 바로 크리스마스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의 확산으로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족과 이웃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일 년을 채우고 있는 코로나의 피로감은 느슨해진 마음까지 파고들어 불안감도 깊게 드리운다. 그렇기에 생각은 꿀떡같지만 연말연시 모임을 자제하는 것, 나와 가족 나아가 이웃을 위하는 것, 이 마음은 계산할 수 없는 선행이다.
전국 대부분이 지역유행인 2단계이고 수도권이 2.5단계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시설별 특성에 따라 공간을 이용하는 인원 제한이 강화되고 있다. 이를 위반 할 경우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out)제'가 적용된다. 불법판매 행위가 적발되는 경우에 영업정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최악의 크리스마스 데이트는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서 하는 것이고, 반면에 가장 선호하는 데이트는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장소를 꼽았다고 한다.
도시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조용하게 보내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산업화와 세계화 그리고 이동의 자유는 바이러스 번식의 기회가 되고 있다. 가금류나 가축들 사이에서의 집단 감염처럼 대량생산은 대규모 밀집도와 비례한다. 그래서 대도시 인구밀집도 역시 전염병에 노출되기 쉽다. 지역 간 교통을 통제하거나 국경을 폐쇄하는 것 역시 원천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그리고 인공지능(AI) 등 혁신적인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변화에 들떠 있는 인류에게 코로나가 닥쳤다. 코로나는 디지털 혁명을 더 가속화 시키고 있다. 이러한 속도의 변화가 안고 있는 미래의 비전이나 위기를 일상생활 속에서 감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의 변화만큼 바이러스도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시대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곳이 있을까.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다고 해도 '다음 대유행병은 내 뒷마당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바이러스 전문가(위스콘신대 크리스토프 올슨 교수)의 말을 떠 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은 가족과 오붓하게 지내는 시간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선물이다. 그동안 매일 보면서도 몰랐던 가족과, 혹은 떨어져 있던 그리운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은 큰 선물이다. 거리두기 속에서 마음과 마음을 나누면 몸보다 더 가까워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마음이 품은 온기를 말로, 글로 나누면 말은 마음에 가닿고 글은 생각으로 만난다.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 거리는 멀어도 마음만은 가까워지는 말과 마음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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