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는 교회의 담임목사 공백으로 젊은 부목사 두 분이 주일 예배 설교를 돌아가며 맡고 있다. 한동안 연륜 있으신 외부의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해주셨으나 몇 달 전부터 설교는 부목사 두 분의 몫이 됐다.
담임목사의 부재로 교회 전반적인 운영에도 관여해야 하고, 설교를 포함한 예배도 담당해야 하는 터라 경험이 많지 않은 목사님들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고, 기대치도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새로운 모습과 능력을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 어려운 시기를 힘껏 헤쳐 나가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도 있겠지만 전면·지속적으로 자신을 발산할 기회가 주어진 것도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얼마 전 한 문화예술공연 관련 세미나에서 기억에 남는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19를 기회로 젊은, 신진 예술공연가들에게 무대에 설 자리를 마련해 주자는 얘기였다.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고, 이를 온라인 공연으로 연결해도 좋다는 게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코로나19로 공연 취소·연기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공연장 문만 닫고 있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 기간이 얼마가 됐든 이 기회에 평소 이런 무대에 서기 어려웠던 초·중·고 공연단 등 학생 팀이나 대학·대학원생, 각종 공연예술의 신진들에게 무대를 빌려주자는 데 찬성의 한 표를 던진다.
이 무대에서 온라인 공연을 하거나 녹화를 해도 좋고, 인생 역작 포트폴리오를 제작해도 좋다. 작고 어설픈 연습실이 아닌, 근사한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을 넘어 미래를 위한 유무형의 지원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도 좋고 팀도 좋다. 클래식도 좋고 뮤지컬도, 연극도 좋다. 무대 경험을 하기 힘든 초·중·고 아이들에겐 관객의 유무와 상관없이 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나아가 신생 팀이 공연장의 전문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노하우를 전수받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공연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홈스튜디오를 마련해 제공하거나 프로필 음원 제작까지 지원한다면 금상첨화다.
대구의 공연예술 자산인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콘서트하우스, 계명아트센터, 수성아트피아 등 큰 무대도 좋고, 대구시나 각 구·군(문화재단) 소속 공연장도 좋다. 물론 음향 장비나 무대 설치, 조명 등 관련 스태프, 난방, 대관료 등 사업비나 전문 인력 지원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자치단체장이나 관련 기관장의 의지로 풀 수 있다.
지역사회 공헌이나 환원 차원에서라도 취소나 연기된 공연에 들어갈 비용 중 일부와 인력을 활용한다면 공연예술가나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 대구를 문화공연예술도시로 깊게 인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을 닫고 비워둬도 어차피 적자라면 무대를 놀리는 대신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든, 온라인 공연이든,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나 음원을 근사한 공연장에서 찍을 수 있는 무대를 빌리는 차원이든 모두 뜻깊다. 위기지만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이때, 공연예술과 젊은 공연자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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