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카페골목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대구 신세계백화점 남쪽 주택가 초입에 '심플레이스'라는 동네책방이 있다. 대로변에서 가깝지만 입구가 눈에 금방 뜨이진 않는다. 무언가를 파는 공간으로는 악조건이다. 지하 1층인데다 입구는 성인 남성 1명이 들어가면 알맞을 폭이다. 'book store'라 쓰인 작은 형광등을 보고 입구를 찾는다.
계단을 조금씩 내려갈수록 쿵짝, 쿵짝 2박자 비트 시티팝이 흘러 들어왔다 빠져나간다. 청각이 먼저 반응하는 안정감이다. 이내 확 트인 지하 1층 서점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꼬리를 세운 고양이 두 마리가 손님을 맞는다.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심플레이스'는 한자 '心'와 영어 'place'의 합성어다. '마음 놓는 곳'이라 풀이해도 제법 어울린다. 줄여서 '심플책방'이라고도 부른다. 단순한, 가벼운, 홀가분한… 어떤 뜻으로 풀이해도 입에 붙는다.
책방지기 구연일(26) 씨는 '힐링'을 콘셉트로 삼았다고 했다. 구 씨는 칵테일과 가벼운 음료를 판다. 커피는 없다. 주변에 유명 카페가 많아 도저히 커피로는 승부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학생이다. 2017년 군 제대 후 앞날에 대해 한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북성로의 한 책방, 동네책방의 시조새라 불리는 '더 폴락'에 들렀다가 문득 힐링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귀에 착착 감기던 멜로디를 유심히 들으니 일본어다. 바다를 좋아했던 당신, 이라는 노랫말이 일본어로 흘러나온다. 'Summer Whisper'라는 1980년대 일본 시티팝 장르 노래다. 군데군데 일본어가 적힌 포스터가 벽에 붙었다. 우리지역 작가인 강기탁 씨가 제작한 LP 레코드 포스터였다. 그의 작품 일부는 다른 동네서점 등에서 팔지만 그의 작품 모두를 다루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구 씨는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어는 하나도 모른다고 했다. 시티팝의 음색과 가벼운 리듬감이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참 들으니 1980년대 가요도 섞여 나온다. 손님의 마음을 편하게 하겠다는 의도에 맞게 잔잔한 힐링을 소재로 한 에세이집이 많다. 구 씨는 "위로가 되는 책들을 고른다. 또 표지가 예뻐야 한다. 책은 제품이 아닌 작품이다. 책이 있으면 인테리어가 따로 필요없다"고 했다.
입구에서 손님을 맞던 고양이 두 마리는 개업 초기부터 함께 했다. 손님들은 책을 사러 왔다기보다 칵테일 한 잔 마시고 '레몬'과 '라임'이라는 두 수컷 고양이와 노는 데 시간을 더 쏟는다. 마음을 내려놓고 머무는 곳이라는 네이밍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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