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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의 한시산책] 종이 연을 노래함 - 권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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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모든 재앙을 네가 몽땅 싣고 가서 我家諸厄爾帶去(아가제액이대거)

남의 집에 앉지 말고 들나무에 걸렸다가 不落人家掛野樹(불락인가괘야수)

봄이 와 바람 불고 비가 내릴 그때쯤엔 只應春天風雨時(지응춘천풍우시)

찾아도 찾을 수 없게 확 사라져 버리거라 自然消滅無尋處(자연소멸무심처)

*원제: 번속전지연가(飜俗傳紙鳶歌): 민간에 전하는 '종이 연' 노래를 번역함.

"우리 집 모든 액(厄=재앙)을 너(=연) 혼자 다 맡아서 / 인간에 지지(=떨어지지) 말고 야수(野樹)에 걸렸다가 /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이어든 자연소멸(消滅)하여라."

연을 소재로 한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시조다. 민간에 떠돌던 이 시조를 그의 제자 석주(石洲) 권필(權鞸: 1569-1612)이 한시로 번역을 한 것이 위의 작품이다.

요즘에 와서는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지 연을 날리곤 한다. 하지만 원래 연날리기는 정초에 시작해서 정월대보름날까지만 하고, 대보름 이후에는 일체 연을 날리지 못하게 했다. "보름 이후에 연을 날리면 고리백정"이라는 속담도 대보름 이후에는 연을 날리지 못하게 하려는 고육지책에서 나온 정말 강력한 제동 장치다.

왜 그랬을까? 대보름이 되면 연에다 '액(厄)'이나 '송액(送厄)', '송액영복(送厄迎福: 재앙을 보내고 복을 맞음)' 등의 한자어를 써서 멀리 날려 보내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온 집안의 재앙을 연이 죄다 싣고 날아가게 되지만, 계속하여 연을 날리게 되면 재앙이 줄창 집에 머무르게 된다고 여겼으니까.

연을 날려 보낼 때는 날아가던 연이 남의 집에 떨어지지 않도록 아주 각별하게 조심을 했다. 자칫 남의 집에 떨어지게 되면 우리집 재앙을 그 집에서 대신 받게 된다는 민간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이 이웃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명종 21년 정월대보름날 백성들이 날린 연이 궁궐 여기저기 추락하자, 담당 관리를 처벌하도록 명령을 내렸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곧 정월대보름! 연을 날려 보낼 때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날려 보낼 때 '제발 꺼지거라 코로나19'라고 연에다 쓰는 것이 필수사항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아주 먼 옛날에 개발해놓은 효과 100%의 코로나19 백신이니까. 날아가던 연이 남의 집에 떨어지지 않도록 거리두기도 철저히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남의 집에 떨어진 연이 온 동네 집단감염의 슈퍼 확진자 탄생의 불쏘시개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이종문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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