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파가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2004년)가 현실로 닥치면서 미국 본토 4분의 3이 눈에 뒤덮였다. 특히 대규모 정전·단수 사태까지 겹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분석자료를 인용해 본토 48개 주(州) 전체 면적의 73%에 눈에 쌓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이다. 눈이 내리지 않은 곳은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불과했다.
미국 기상청(NWS)은 맹추위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텍사스 등 7개 주는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캔자스주는 재난상황을 선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 등 7개 주지사와 전화통화를 하고 연방의 비상자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최소 23명이 숨졌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노숙자 1명이 동사했고, 추위를 피하려고 차고 안에서 승용차에 시동을 켜둔 채 장시간 머물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2명이 사망했다. 또 할머니와 아이 3명이 벽난로를 켜다 화재가 발생해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이어졌다.

맹추위는 발전시설까지 멈춰 세우면서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일부 전력회사들은 난방 수요가 폭증하자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순환 단전을 시행했다. 정전으로 난방이 어려워진 주민들은 가정에서 다수의 담요를 덮은 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한파로 미국 유가는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혹한과 정전 사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큰 차질을 초래했다. 텍사스주, 오클라호마, 미주리, 켄터키, 앨라배마, 미시시피주는 한파가 풀릴 때까지 일부 백신 접종소의 문을 닫거나 당분간 예약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번 혹한은 극지방 소용돌이에서 비롯됐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 있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냉기를 품은 극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한파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 2천여 곳에서 최저기온 기록이 깨졌다고 전했다. 특히 텍사스, 아칸소 등 남부지역에도 '빌로 제로'(화씨 0도 이하, 섭씨 기준 영하 17.7도 이하)의 기록적 혹한이 엄습했다. 미국 기상청은 텍사스와 아칸소, 오클라호마 일부 지역은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영하 16도)보다 최저기온이 낮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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