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구 상인 상생" 경북 청년몰, 성공은 '하기 나름'

문경·구미·안동서 성공 사례 나오지만 경주는 침체해 울상

구미 선산봉황시장 청년몰의 마스코트
구미 선산봉황시장 청년몰의 마스코트 '봉이와 제니'. 이창희 기자
구미 선산봉황시장 청년몰

경북 청년몰 중에서는 기존 상인과 청년 상인들이 상호 협력·보완하면서 시장 전체 활기를 이끄는 곳이 있는가 하면 단기 지원에 의존, '신·구상인' 간 반목만 양산하는 등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는 곳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언택트 소비 문화가 고착화되면서 청년몰 지원사업의 근본 패러다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몰 성공은 '하기 나름'

구미 선산읍 전통시장인 선산봉황시장 2층에 자리잡은 '선산봉황시장 청년몰'의 운영 성적은 전국 청년몰 중에서 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비결은 ▷청년 상인들 모두가 열정적인 점 ▷전통시장 내 이마트 노브랜드를 함께 유치해 청년몰을 '상생스토어'로 조성한 점 ▷임대료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할 정도로 상인회와 협조가 잘되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청년몰은 2017년 '상생형 유통모델'로 문을 열었다.

구미시와 이곳 시장 상인들은 24년간 공실로 방치되던 전통시장 2층의 1천652㎡ 점포를 활용해 420㎡ 공간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꾸미고, 바로 옆 825㎡ 공간은 청년 상인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들어서게끔 했다. 나머지 공간엔 다양한 장난감을 갖춘 키즈카페나 고객쉼터시설 등을 설치했다.

당초 점포 20곳이 입점해 현재 17곳이 영업 중이다. 공방, 도자기, 커피, 치킨, 미용실, 의류 등 아기자기한 소품 전시와 판매로 젊은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빈 공간 3곳은 업주가 다른 곳으로 확장 이전한 경우라고 청년 상인들은 설명했다.

청년몰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상인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

이곳 청년몰의 임대료는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20㎡ 기준인 점포 1곳 당 임대료는 월 4만원 정도로, 평당 임대료는 7천원 정도에 불과하다.

상인회는 저렴한 임대료 외에도 청년몰 고객쉼터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해준다. 또 2층에 있는 청년몰을 찾는 고객 편의 및 물류 이동 등을 감안해 엘리베이트도 설치해줬다.

박성배 선산봉황시장 상인회장은 "청년몰이 들어온 후 얘들 우는 소리도 들리고 전통시장이 무척 젊어져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청년몰에서 '오 은하수 공방'을 운영하는 김수연 씨는 "상인회의 적극적인 지원, 청년 상인들의 열정이 합쳐져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 같다. 열정이 있는 청년 상인들은 다들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문경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오미자네 청년몰의 주인공들. 문경시 제공
구미 선산봉황시장 청년몰 '오 은하수 공방'의 김수연 대표. 김 대표는 전국 청년상인네트워크 대구경북지회 대표를 맡고 있다. 이창희 기자
22일 오후 경주 성건동 북부상가시장 청년몰은 불이 꺼져 캄캄하고, 대다수 점포는 문을 닫은 채 인기척이 없다. 김도훈 기자
문경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오미자네 청년몰의 주인공들. 문경시 제공

2018년 전통시장인 문경중앙시장의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들어선 문경 오미자네 청년몰도 청년들과 상인들의 '윈-윈'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들은 전통상인회에 가입해 젊은이답게 시장 청소 등 궂은일을 도맡아하고 상인회 일이라면 두팔을 걷어부친다. 기존 상인들도 이들의 됨됨이와 열정에 감동하고 배려하는 분위기여서 마찰이 거의 없다.

오미자네 청년몰은 10명이 각각 1점포씩 10개 점포에서 시작해 2명이 이직을 하고 4년째인 현재 8개 점포가 성업중이다. 돈까스, 스테이크, 떡볶이, 쌀케이크, 수제쿠키, 농산물 등 1·2층 먹거리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양재필 문경 오미자네 청년몰 대표는 "시대의 분위기를 읽고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도전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우리 청년들 하기 나름이다"고 말했다.

안동 중앙신시장 청년몰 '오고가게'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오고가게는 2017년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돼 현재 15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청년몰 입주업체는 젊은 세대의 입맛과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청년몰에 입점한 디저트 베이커리 전문업체 '몽주아'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한 2019년 동반성장주간 기념식에서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하나 몽주아 대표는 "지역의 특산물과 지역 문화자원 콘텐츠가 융화한 신제품을 계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오후 경주 성건동 북부상가시장 청년몰은 불이 꺼져 캄캄하고, 대다수 점포는 문을 닫은 채 인기척이 없다. 김도훈 기자

◆장기 종합대책 절실

지난달 말 오후에 찾은 경주 성건동 북부상가시장 청년몰 구역. 영업이 활발해야 할 시간이지만 점포 대부분은 문을 닫은 채 인기척이 없다. 상가 복도는 불이 꺼져 캄캄하고, 곳곳에 각종 집기나 비품, 종이상자 등이 쌓여 있다.

2018년부터 이 곳에서 주문제작 케이크 숍을 운영한 이유미(31) 씨는 "이 시간대에 영업하는 곳은 두세 곳 정도"라며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몇 곳이 저녁 시간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이곳에 문을 연 청년몰 '욜로몰'은 낙제점에 가깝다.

북부상가시장은 1987년 조성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도심공동화 현상과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손님이 줄면서 슬럼화가 가속화됐다. 결국 100여 점포 가운데 70여 곳이 비거나 창고로 사용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경주시는 중소기업청 공모사업을 통해 이곳 빈 점포 20곳을 리모델링해 청년들의 창업 공간인 '욜로몰'로 탈바꿈시켰다. 개장 초기인 2017년 하반기엔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관광객과 주민 등 500여 명이 몰려 북적였다.

그러나 욜로몰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금은 20개 점포 가운데 7개 정도만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점포는 폐업으로 비어있거나 창고·사무실로 쓰인다.

이곳 한 상인은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다보니 남은 상인들이 매월 부담해야 할 공동관리비가 점포세(16.5㎡ 기준 월 15만원선)보다 많이 나와 냉난방기와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1년 6개월인 사업기간을 5년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가를 리모델링해 청년 상인을 입점시키는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김원구 북부시장상인회장은 "사업기간을 5년 정도로 늘리고 사업단 인원을 1명 정도라도 상주하도록 해 청년몰 홍보 등을 통해 청년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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