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을 통해 모든 물체가 지닌 형태를 취한 후 이를 회화적 요소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풀어내는 게 저의 작업이며 회화 형태는 반추상을 지향하고 있죠."
서양화법을 쓰면서 캔버스가 아닌 장지에 목탄과 유화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작업한 이유진의 회화는 얼핏 원근감은 없어 보이나 화면 전체에서 우러나는 공간의 깊이감은 오히려 더 선명하다. 화면 속 오브제들도 작가의 내면에 자리한 초현실적 의식의 세계를 화폭에 옮겨놓았다.
대구 우손갤러리는 독일에서 유학한 여류화가 이유진의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정교한 질감과 단순하고 흐릿한 재현적 이미지, 과감한 여백처리로 동양적 정서를 느끼게 하는 작가의 회화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어두운 숲, 빛나는 들판, 언덕, 강, 동물, 인간이 서로 소통하며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고 융합된 관계의 흐름을 짚어내고 있다.
특히 회화 속 빛과 어둠은 시간이나 대상을 은유적으로 암시하거나 묘유의 기색을 내포하는 잠재적 내러티브의 원천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으로 구분되는 면과 면 사이 대립적 요소에 집중함으로써 작가는 복합적인 가상의 공간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다.
"저의 그림에서 선들은 형태를 가두는 경계가 아니라 형태를 열어주는 개방의 단초가 되는 거죠."
부언하면 이유진의 그림 속 선들은 내면과 외면, 정신과 물질, 현실과 이상 등 경계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특이점(특정 장소)으로서 회화의 핵심이랄 수 있다. 이를 드러내는 기법으로 작가는 빛의 효과를 통해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색채의 범주를 이용해 그림 속 깊이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근작을 포함해 회화 16점, 드로잉 19점, 판화 8점, 조각 5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6월 11일(금)까지. 053)427-7736
글 사진 우문기 기자pody2@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