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해산물 불신 어쩌나" 생존 기로에 선 동해안

수산·관광산업 피해 우려…"해양수산물 소비 기피 심화, 사회·경제 전반으로 악영향"
어민·상인 등 규탄집회 계획…범정부 차원 강력 대책 요구

일본 정부는 13일 동일본 대지진 때 원전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각료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방류 예정인 오염수는 125만t이 넘는다. 사진은 지난 2월 14일 촬영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 원전(위)과 오염수 탱크(아래)의 모습. [지지통신 제공]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13일 동일본 대지진 때 원전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각료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방류 예정인 오염수는 125만t이 넘는다. 사진은 지난 2월 14일 촬영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 원전(위)과 오염수 탱크(아래)의 모습. [지지통신 제공] 연합뉴스

원전오염수흐름도. 참고

지난 12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전세계 18만3천754건의 청원을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고,
원전오염수흐름도. 참고

지난 12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전세계 18만3천754건의 청원을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고,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지 마시오'라는 배너를 들고있는 그린피스 활동가. 그린피스 홈페이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경북 동해안 어민과 시민들은 "생존권 차원의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칫 수산물 기피현상이 동반된다면 동해안은 물론, 국내 전체 수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양수산과 관광산업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동해안 수산·관광에 엄청난 타격"

경북 동해안의 최고 어업 전진기지인 포항에서는 이번 일본의 결정이 사회·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포항수협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수산물 수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방사능 오염에 대처해왔지만,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우리가 잡는 것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민들의 반대 성명 발표나 궐기대회 등 집회도 잇따를 전망이다.

어민 A(67) 씨는 "단순히 수산물이 판매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들의 생존권이 흔들리는 셈"이라며 "규탄집회 등을 열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조만간 계획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연간 포항지역의 어업위판액은 2천억원에 달한다. 또 포항은 전국 대게 생산량의 57%, 전국 과메기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1차 어업종사자만 3천500명 가량이고, 어시장이나 횟집처럼 2차 사업 종사자까지 합하면 관련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다.

일본 원전 오염수에 대한 불신으로 해양수산물의 소비 기피현상이 뚜렷해지면 관광산업 및 해양스포츠산업 침체 등 포항을 직격하는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3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원·언론·경북도와 인근 단체장과 합심하여 대책을 강구하고, 지역수협과 어업인,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일본정부의 독단적이고 잘못된 결정을 원천적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 시민들은 월성원전을 인근에 둔 탓에 방사능 오염에 상당히 예민하다보니 걱정이 많다. 상당수 시민은 "우리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가장 가까운 한국이 제일 큰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고 했다.

경주 감포읍에서 횟집을 하는 상인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손님이 다 끊어진 마당에, 오염수 방류가 되면 소비자들은 수산물을 기피하게 되고 수산업계는 끝장이 난다"며 "한 번 방류된 방사능은 없어지지 않기에 오염수를 방류하지 못하도록 우리 정부가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김정훈 어촌계장은 "방류하면 어차피 해류를 따라올 건데, 방사능 때문에 물고기를 못 잡으면 그 땐 누가 보상하느냐"며 "정부가 어떻게 하든 막아줘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다.

울진 죽변수협 조학형 조합장은 "일본의 이기적인 행태에 모든 어민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 나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동해에는 언제쯤 오염수 오나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원자핵 분열 시 발생되며, 방사성물질(β선)을 방출하고 물과 성질이 같아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대로 오염수를 ALPS(다핵종제거시설)에 두 번 이상 통과시키더라도 화학적 처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양학계는 이번 오염수가 곧바로 한반도에 다량 유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와 일본 주변 해역의 해류 방향을 볼 때 오염수 중 상당량이 태평양을 건너 북미대륙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류 간의 충돌로 한반도 동해안에도 소량의 오염수가 유입될 가능성도 무시하지는 못한다. 일본 해안가를 흐르던 오염수가 쿠로시오 난류의 외곽 지류나 북쪽 오야시오 해류와 부딪쳐 유입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 경우 이르면 올해 안으로 한반도 역시 오염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경북도에 따르면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시뮬레이션 결과, 방류가 시작되면 7개월 뒤엔 제주도 근해, 1년 6개월 뒤엔 동해안 대부분이 원전오염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해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경우 오염수의 가장 큰 영향권은 태평양과 미국·캐나다"라며 "이 과정에서 많이 희석된 바닷물이 한반도에 유입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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