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나 때는 말이야"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필자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이면서 의과대학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육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병원 특성상 이론 강의보다는 실제 환자 중심으로 실습을 통해 가르치고 있다.

요즈음 학생들이나 전공의 선생님과 대화를 해보면 이전 세대와 달리 사회나 대인관계, 직장을 대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필자는 베이비붐 세대로 과거 전공의 수련기간 동안 밤을 새워 당직을 서도 그 다음 날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20대 젊은 선생님들은 자신의 희생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 사회갈등은 과거의 이념·지역적 갈등에서 세대 간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에도 20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젊은이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언제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비슷한 얘기가 쓰여 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 그만큼 세대 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있었다.

통상 세대구분은 과거에는 30년 주기를 기준으로 하지만, 요즈음은 점점 단축되어서 10년 주기로 명칭을 부여한다. 80년대 초에는 젊은 신세대를 칭하여 386세대, 90년대는 X세대, 2000년대에는 밀레니엄(Y), 최근에는 MZ세대라고 불리곤 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나라에 따라 연령대는 다르지만 대체로 전쟁 후에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25전쟁 후 1955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900만 명이 해당된다.

그들 대부분은 유년시절에는 대가족 내에서 가족끼리 부대끼면서 자랐고, 학창 시절에는 과밀 학급에서 국가, 조직, 이념, 질서를 존중하는 교육을 받았다. 1980년대에는 사회로 진출하면서 산업화가 가져온 경제적 풍요로움과 정치적 민주화의 열망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청년기를 보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각 분야의 지도층으로 부와 명예, 권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밀레니엄(Y),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성향이 많이 다르다.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개인 간의 대면 접촉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한 간접접촉이 더 편하고 익숙하다. 직장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가진다, 자기의 감정에 솔직하고 정직하다. 그래서 참여는 하지만 참견을 거부한다. 새로운 세대는 참여라는 말에는 긍정적이지만 참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가정에서도 부모의 '따뜻한 무관심'을 좋아한다. 부모나 기성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로 20대 젊은이나 자식을 가르치려고 하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그래서 20대는 386세대를 '꼰대'라는 이름으로 비하하는 것 같다.

최근 세대갈등을 증폭시킨 계기는 우리사회가 과거에 비해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에게 각인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과거 세대는 본인이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이뤄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세대는 부모 찬스 없이는 좋은 대학도, 직장도, 가정도, 부도 이룰 수 없다는 절망과 분노가 세대갈등을 키우고 있다.

우리사회가 이념, 지역 갈등 못지않게 세대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젊은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꾼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