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 파먹는 구더기' 나사벌레…미국서 올해 첫 감염 확인

중미 여행자 통해 유입…美 보건당국 "공중보건 위험은 낮아"

나사벌레. 연합뉴스
나사벌레. 연합뉴스

사람의 살을 파고들며 조직을 파괴하는 '신세계 나사벌레(New World Screwworm)'의 인체 감염 사례가 미국에서 올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보건 당국의 말을 인용해 이 나사벌레에 감염된 사람이 확인됐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신세계 나사벌레는 학명 'Cochliomyia hominivorax'로, 파리목(Diptera)에 속하는 곤충의 유충이다. 이 벌레의 성체는 온혈동물의 피부에 알을 낳고, 부화한 구더기는 숙주의 생살을 파고들며 조직을 갉아먹는다. 그 침투 방식이 마치 나사처럼 회전하며 들어간다 하여 '나사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번에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중미 지역을 여행한 뒤 미국에 입국한 인물로 알려졌다.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확한 감염 경로나 국가, 환자의 국적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환자가 과테말라 또는 엘살바도르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뒤 발병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해당 정보가 동일 인물에 대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당초 미국 역사상 첫 인체 감염 사례로 보도됐지만, 이후 로이터는 정정 기사를 통해 "미국 내 올해 첫 확진 사례"라고 밝혔다. 과거 사례가 존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연도상 '2025년 첫 사례'라는 점이 정확한 표현이다.

나사벌레 감염증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위험 질환이다. 숙주의 피부 안에서 자라는 구더기가 조직을 빠르게 파괴하면서 상처가 깊어지고, 2차 감염이나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곤충의 북상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멕시코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후, 미국 남부와 중부 축산 지역에서도 경계가 강화됐다.

로이터는 이번 사례가 CDC와 미국 보건복지부(HHS)에도 보고됐으며, HHS는 "현재로서는 미국 공중보건에 미치는 위험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번 감염 사실은 축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민간 소고기 산업 단체 '비프 얼라이언스(Beef Alliance)'는 지난 20일 관련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축산 관계자 20여 명에게 발송하며, "미국 내 올해 첫 NWS 인체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비프 얼라이언스 측은 후속 이메일에서 "환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구체적 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의사 총장이자 주 동물산업위원회 사무총장인 베스 톰슨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CDC나 메릴랜드 보건당국으로부터 직접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 경로를 통해 알게 된 뒤, 오히려 CDC에 연락해 상황을 확인해야만 했다"며, "CDC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메릴랜드주 보건부에 문의하라는 입장만 전했다"고 말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나사벌레의 확산이 자칫 국가 축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최대 소 사육 지역인 텍사스주는 과거 나사벌레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는 만큼, 재확산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장관은 지난 15일, 나사벌레 퇴치를 위해 생식능력을 없앤 불임 개체를 대량 생산하는 시설을 텍사스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7억5천만 달러(약 1조4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1960년대 불임 성충 방사 전략을 통해 한 차례 나사벌레를 박멸한 바 있다. USDA는 만약 텍사스에서 NWS 유행이 다시 시작될 경우, 가축 폐사와 살처분, 인건비 및 약품비 등을 포함해 최대 18억 달러(약 2조5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례는 방역당국의 공식 발표 없이 외부 기관의 정보로 처음 알려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나사벌레 감시 체계와 정보 공유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현재 CDC와 메릴랜드주 보건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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