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짜 사장 나와라" 노란봉투법 통과에 하청노조 요구 빗발쳐

반도체·조선·철강 등 주요 산업군 교섭요구 확대
근로계약 맺지 않은 원청 대상 집회도 줄지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오른쪽)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24일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자 하청업체 노조들의 대기업을 향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5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재정의했다. 모호한 규정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제조과정에서 많게는 수천개의 하청업체가 관여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군에서 원청 업체에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이앤에스 노조는 통상임금 지급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던 중 지난 6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가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에는 임금 체불 문제까지 삼성전자가 나서라며 요구 범위를 넓혔다.

현대제철 하청업체 근로자로 구성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짜 사장 현대제철은 비정규직과 교섭하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오는 27일에는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현대제철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고소에 참여하는 인원은 약 1천900명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산하 6개 자회사 노조도 원청인 네이버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27일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연다.

국내 주요 조선소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달 HD현대·한화오션 등 원청에 공동 교섭을 촉구하기도 했다.

원청과 맺지 않은 근로계약의 개선을 요구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관계사인 SK에코플랜트가 짓고 있는 청주 공장과 관련, SK에코플랜트 협력사에서 해고된 노조원들로부터 부당해고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하청 노조의 요구에 원청업체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최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진행 중인 자동차업체들은 노란봉투법 통과 등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사회 분위기로 임단협 타결이 더 어려워졌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청 근로자들의 교섭 요구로 대기업들은 전에 없던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