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처음으로 모여 진행한 최고위원회의가 마무리되고 회의장 문이 열리자 기자들이 한 정치인에게 몰렸다.
주인공은 최근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아니라 최고위원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한 김재원(사진) 최고위원이었다. 김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견제의 뜻을 밝히자 언론인들이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김 최고위원을 멈춰 세운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의되거나 또는 결정해야할 많은 일이 사전에 전부 공개가 되고 이미 발표가 된다면 최고위원회의가 사실을 형해화되고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은 초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하지만 앞으로는 최고위 위상에 대해서도 당에서 신경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와 협의 없이 일부 당직인선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의 역할은 당내에서 당무를 관장하는 대표를 보좌하고 도우면서 한편으로 최고위가 집단 지성을 발휘해서 당의 일방적인 운영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바꾸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 대표의 자중을 주문했다.
정치권에선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중진인 김 최고위원이 당헌당규에 입각한 당무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아직은 '개인기'에 익숙한 이 대표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15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패기 넘치고 의기 충만한 신임 지도부들 중 유일하게 중진인 제가 당분간은 '악역'을 맡아야 할 것 같다"며 "당의 쇄신과 혁신이 절차적 순리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당내에선 '미스터 쓴 소리' 역할을 자임한 김 최고위원과 이 대표 사이의 긴장관계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당시 불거진 계파 논란이 이 대표 체제에서의 주요 당무결정을 두고 폭발할 수 있고 향후 진로에 대한 '텃밭'의 평가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대구경북 출신인 김 최고위원의 역할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주요 국면에서 지도부와 당내 중진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도 김 최고위원 뿐이라 당분간은 김 최고위원이 뉴스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