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우주를 지배하는 힘의 법칙

생명의 물리학 / 찰스 S.코켈 지음 /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새들의 비행은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능력으로 이 또한 물리적 법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매일신문 DB
새들의 비행은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능력으로 이 또한 물리적 법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매일신문 DB

띠지 문구 "'외계인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해보는 짜릿한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에 이끌려 책을 골랐다. 생명 현상과 기원, 우주를 지배하는 힘의 법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주제를 요약하자면 생명이란 우주에서 증식하고 진화하는 물질 중 한 가지에 불과하며 모든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우주에서 작용하는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방대한 연구 성과에서 증거를 모아 물리법칙이 생명 구조(構造)의 모든 수준에서 진화 과정의 범위를 얼마나 제약하는 지를 밝힌 이 책은 바로 '물리학이 생명의 말없는 지휘관'임을 천명한다.

무당벌레를 예로 들어보자. 날개를 보호하는 딱지날개 밑에 욱여넣어진 작은 날개는 두께 0.5㎛로 솜씨 좋게 세 겹으로 접힌 채 있다. 외부 자극을 받으면 0.5초 안에 이 접이식 날개를 펼쳐 최대 시속 60㎞로 날아 1㎞ 이상 치솟는다. 무게가 태양의 10x33제곱 분의 1밖에 안 되는 이 기계(무당벌레)에 담긴 물리적 원리는 항성의 구조와 진화를 정의하는 물리적 원리보다 많다.

이뿐이랴. 수억 년 전 초기 식물의 중력을 거스르는 생장, 공룡을 떠받치는 뼈의 크기, 수생동물의 날렵한 몸매, 익수룡을 날게 하는 날개의 특징 등은 똑같은 불변의 법칙에 처해 있는 현생종의 유기체와 비슷한 형태로 진화해왔다.

이처럼 저자는 생명체가 왜 특정한 모습인가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물리학과 생명체가 어떻게 해서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진화생물학이 만나면,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가 영화나 상상 속에 그리는 외계인의 모습이란 것도 우주의 물리적 법칙의 적용을 받기는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그 형상이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생명체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엉뚱한 또는 기괴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거대한 규모에서 보면 생명은 빛이 깜박거리는 것에 불과하며 우주에서 가장 집요한 물리법칙 중 하나인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언젠가는 꺼질 운명이다. 생화학적 구조의 핵심으로부터 개미와 새의 군집까지를 깊숙이 관통하는 형태와 구성의 패턴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변치 않고 깨뜨릴 수 없는 물리학과 생명의 결합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만난 이 문장은 생명체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488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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