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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먹던 우물에 침 뱉더니"…靑 찾아간 홍준표에 보수 '발칵'[금주의 정치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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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30년을 당에 충성하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나머지 인생은 국익에 충성하는 인생을 살기로 했습니다…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보수·진보에 얽매이지 않고, 世評(세평)에 얽매이지 않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 페이스북, 4월 4일 오전 8시20분 게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청와대를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막걸리 오찬'을 가졌다. 홍 전 시장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홍익표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주선한 것으로, 보름 전쯤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홍 전 시장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은 회동이 확정된 직후에 작성된 것이다. 정치활동 내내 당에 대한 '충정'을 강조해온 그에게 찾아온 심경의 변화가 글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렇다면 대표를 두 번 지내고, 대권에 네 번 도전했던 당과 사실상 영원한 작별을 고할 가치가 있는 계기란 무엇인가.

양측은 모두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지만, 이 같은 의문은 호사가들의 잡설(雜說)로만 여겨지던 '홍준표 국무총리설'에 기름을 부었다. 반신반의하던 보수진영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대선 이후 보수진영에 비판일색이던 홍 전 시장 발언을 보수 재건을 위한 '고언'으로 이해한 이들은 이제 상당한 배신감을, '투항의 전조' 정도로 낮잡아본 이들은 확신을 안게 됐다.

◆"밉지 않아, 막걸리 한 잔"…李가 내민 손 덥썩 잡았나

상대가 누구든 가열차게 비판해온 홍 전 시장에게 있어, 이 대통령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막말을 넘어 거의 쌍욕하는 사람" - 2021년 6월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이재명 지사는 인생을 막 사는 사람…어떤 경우라도 대통령 되기는 어려워" - 2021년 6월 뉴시스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권의 종착역은 포퓰리즘과 국민 매수의 나라, 남미 최빈국 베네수엘라" -2025년 4월 여의도 대하빌딩 경선캠프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여배우를 농락하고 무상연애는 왜 했나. 그걸 물어야 한다. 가짜 검사를 사칭하더니 왜 요즘은 대통령을 사칭하나. 전과 4범, 중범죄로 기소된 범죄자가 대선 출마하면 되나" -2025년 4월 대선 캠프 정책 발표 현장에서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받은 '견제구'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대선 경선 탈락 직후 미국행을 택한 홍 전 시장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은 지난해 5월 12일 페이스북에서 홍 전 시장을 언급하며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셨다"며 "미국 잘 다녀오십시오. 돌아오면 막걸리 한 잔 나누시지요"라고 적었다.

이로부터 사흘 뒤에는 이 대통령이 본인의 당선을 전제로 홍 전 시장에게 국무총리직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에는 양측이 이를 모두 부인하면서 금방 파장이 잦아들었지만, 불과 11개월 뒤 양측의 회동이 성사되면서 관련 언급들이 재조명되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과거 홍 전 시장의 '책사'로 꼽혔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위촉한 것에도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본다.

지난 15일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첫 회의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우리 이병태 부위원장님, 특히 열심히 해주세요"라며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보수인사라도 얼마든지 중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는 점 또한 '홍 국무총리'의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이 전 의원 역시 과거 이 대통령에 대한 날선 발언을 수차례 남긴 바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홍 국무총리'가 현실화할 경우, 그 시점을 선거 직후인 6~7월로 본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세간의 예상대로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도전할 경우, 그 후임자에 홍 전 시장이 낙점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1월 8일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건배를 한 뒤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월 8일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건배를 한 뒤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洪 "마지막 나라를 위한 열정"…정말 공직 복귀 원하나?

홍 전 시장 역시 더 이상은 여권에 선을 긋지 않는 눈치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무당적자이고 백수"라며 "야당 대표뿐만 아니라 야당 인사들도 가는데 내가 안 갈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홍 전 시장이 외려 여권에 '구애'를 펼쳐 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말부터 홍 전 시장은 다가오는 대구시장 선거에서 여당의 김부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달라"거나 "오해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어 회동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야권에서는 '이적행위' 등의 거친 반응이 이어졌었다.

특히 정치권에는 홍 전 시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 당시부터 꾸준히 국무총리 자리를 원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홍 전 시장의 나이와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할 때, 그가 투항까지 불사하며 국무총리 자리를 향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진원지도 이 지점인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인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17일 한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분(홍 전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만날 때도 총리를 원했다"며 "(이날 오찬에서 총리 등) 자리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 본인의 모호한 발언도 의심에 불을 붙이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오찬 참석 전 페이스북에 "20~30대는 정의를 위한 열정으로, 40~60대는 당파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다"며 "이제 70대 황혼기에 들어섰다. 붉게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으로, 내 마지막 인생은 나라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날과 지난 4일 홍 시장의 발언들은 '공직 복귀'를 원한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당대표 2회, 대권 경선 4회 이력…'배신자' 꼬리표에 빛 바랄까

보수진영에서는 홍 전 시장을 향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보수정당의 핵심 인사로 자리매김했던 홍 전 시장이 현재 보수진영과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여권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부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17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홍 전 시장의 결정을) 존중은 한다"면서도 "이 회동의 결과가 어떤 자리로 이어진다고 하면 본인의 정치가 처참하게 끝나는 것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꼭 알았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김기흥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에서 얻을 거 다 얻고도 대선 경선에서 본인이 졌다"며 "그러곤 나 몰라라 하고서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권과 홍 전 시장의 이런 관계 맺음이 (대구시장 선거 등에서) 되레 보수를 역결집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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