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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뒤쳐질라" 성적 불안에…대구 학원 10년 전보다 2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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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내신 대비하는 입시·보습 학원 수 5년간 매년 증가
학생, 학부모 불안감·돌봄 기능의 외주화 사교육 부추겨

지난 10일 오후 10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 일대가 학원 수업을 마친 초·중·고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경 기자
지난 10일 오후 10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 일대가 학원 수업을 마친 초·중·고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경 기자

"오늘 세 번째 학원이에요."

지난 10일 밤 9시 30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 일대. 학원이 밀집한 건물 여기저기에서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들은 줄지어 선 셔틀버스에 하나둘씩 올라탔다. 10시가 넘어가자 거리는 더욱 붐볐다. 수업을 마친 중·고교생들이 집 또는 독서실로 향하거나 인근 분식점에 들러 뒤늦은 끼니를 해결했다.

◆학생은 줄고 학원은 늘고

저출생 여파로 전체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지역의 학원 수는 증가하는 '기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초·중·고 학생 수는 2021년 24만7천137명에서 2022년 24만2천833명, 2023년 24만1천115명, 2024년 23만7천973명, 2025년 23만3천775명으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10년 전인 2015년(30만5천764명)과 비교하면 7만1천989명(23.5%) 감소했다.

반면 수능·내신을 대비하는 입시·보습 학원 수는 오히려 해마다 증가 추세다. 대구의 입시·보습 학원 수는 2021년 2천2천28곳에서 2022년 2천260곳, 2023년 2천447곳, 2024년 2천530곳, 2025년 2천657곳으로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5년(1천82곳) 대비 2배가량 늘었다.

구군별로 살펴보면 10년간 달서구(191→671)가 가장 많이 증가했고, 이어 ▷북구(129→435) ▷동구(144→435) ▷수성구(485→770)·달성군(51→336) 순이었다.

이날 만난 정화중 2학년 박예나 양은 "국어 1개, 수학·영어 2개 등 총 7개의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도 최소 3~4개씩은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경신고 1학년 홍정훈 군은 "국어, 영어, 수학, 사탐, 과탐 등 학원 6곳을 다니고 인터넷 강의도 따로 듣고 있다"며 "학원을 마치고 관리형 독서실에 가서 2~3시간 공부를 하고 새벽 1시가 되면 집에 온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후 10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 일대가 학원 수업을 마친 초·중·고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경 기자
지난 10일 오후 10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 일대가 학원 수업을 마친 초·중·고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경 기자

◆불안이 부추기는 사교육

다수의 학생, 학부모들이 학원을 향하는 이유로 '안 다니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선여중에 다니는 권모(16) 양은 "학교에서 시험을 치면 사교육을 받고 안 받고에 따라 수준 차이가 나서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다"며 "학원에서 기출문제 등 자료를 많이 주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학원을 다니다보니 혼자서 공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화여고를 다니는 김모(18) 양은 "학원에서 거의 다 선행학습을 받기 때문에 나만 안 다니면 따라가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며 "학교 선생님들도 애들이 학원에서 배워서 대부분 알 거라고 생각하고 기본적인 개념 설명이나 문제 풀이를 넘어갈 때가 있다"고 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정확한 학습 수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에 학원을 보내기도 한다.

초등생 4학년 자녀를 둔 배모 씨는 "요즘은 시험 등수가 없으니 잘 하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며 "넋 놓고 있다가 중학교 가서 너무 뒤떨어질 까봐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통해 미리 수준을 가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초등학교에서 서열을 매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단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며 "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고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자녀 돌봄 기능의 외주화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방과 후 시간 공백을 메우기 위한 '돌봄 기능'으로서의 역할도 학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학원이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 '서비스 산업'이 됐다고 말한다. 차량 픽업, 숙제 관리, 정보 제공, 상담 등 학생들의 일상 전반을 돌봐주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초등생 3학년 자녀를 둔 김나경(37) 씨는 "영어, 수학, 미술 학원만 보내다가 퇴근 시간을 맞추려고 줄넘기 학원을 추가했다"며 "학교를 마치면 학원 셔틀버스가 픽업해 주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다음 학원까지 태워준다"고 말했다.

9년 차 학원 강사 성모(38) 씨는 "수성구에는 전문직인 엄마들이 많아서 일명 '학원 뺑뺑이'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회사에 있는 동안 자녀가 집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딴짓하는 걸 싫어하는 부모들이 많더라"고 했다.

초등생 2학년 자녀를 둔 김현지(41) 씨는 "학교에서 늘봄학교도 운영하지만 아직 프로그램이 다채롭지 않고 제한적이다"며 "아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돌봐주다 보니 아직은 학원에 보내는 게 마음이 더 편안하다"고 말했다.

◆공교육 개선·학원 협업 모색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과열되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교육 수요자들이 원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능한 교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교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게 아닌 추가적인 인력, 시설 투자를 통해 체계적인 공교육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원이 되는 교사들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획자 역할을 맡기고 교사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 월급 외의 인센티브를 주는 등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공교육도 사교육 정도의 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사교육 기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공교육 돌봄도 한계가 있으므로 돌봄 기능을 할 수 있는 사교육 기관에 (정부나 지자체가) 인증을 해주는 방안도 있다"며 "저소득층 가정에 교육 바우처를 지급해 학원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공교육 기관의 부담도 줄어들고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교육 기관을 무조건 나쁘게만 치부할 게 아니라 공교육의 기능을 보완하고 국가 교육력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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