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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코로나19, ‘마쓰리’는 없어질까

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코로나19는 참 많은 것을 바꿨다. 여행, 콘서트, 외식은 물론이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도 빼앗았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본 문화로 '마쓰리'를 꼽았다. 두 명 중 한 사람이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마쓰리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했다.

일본의 여름은 마쓰리로 시작된다. 1년 내내 지방색이 풍부한 다양한 형태의 마쓰리가 전승되고 있는데, 특히 여름은 역병이 많이 발생해 재앙의 신을 위한 마쓰리와 돌아가신 조상의 혼령을 향응하는 마쓰리가 큰 도시에서도 작은 동네에서도 밤마다 끊임없이 개최된다. 그러니 '일본의 여름=마쓰리'라고 기억할 수밖에 없다. 어디를 가나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입은 사람이 보이고, 북소리가 들린다. 마쓰리는 문화 전수의 의미도 있지만 지역공동체의 단합을 도모하는 큰 행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일본을 찾아 마쓰리를 경험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마쓰리를 전혀 모른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마쓰리를 한 번은 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야마시타 도모히사와 나리미야 히로키가 출연한 드라마 '스탠드업', 후지와라 다쓰야가 주연한 영화 '네가 춤추는 여름'에서는 마쓰리를 참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흥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도 마쓰리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할리우드판 실사 영화 '너의 이름은'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 감독은 마쓰리를 어떻게 그릴까 많이 궁금하다.

신사를 축소했다는 가마 모양의 '미코시'(神輿)를 메고 "왓쇼이 왓쇼이!" 큰소리를 외치면서 동네를 돈다. 여러 명의 남정네들이 자리가 비좁다고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밀고 당긴다. 지역에 따라서는 훈도시(남자의 국소만 가리는 일본식 샅바)만 한 남자들이 떼로 몰려 서로 몸을 부대끼기도 한다. 태어났을 때 그 모습으로 신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등등 여러 의미를 부여하는데, 여하튼 볼거리는 많다.

매년 120만 명 정도의 관람객이 몰리는 도쿄의 대표적 여름 마쓰리에는 '고엔지 아와오도리'가 있다. 남녀노소 의상을 갖춘 7천여 명의 사람이 무리를 이루면서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2박자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일본에서 '국민가요'로 사랑받는 JITTERIN' JINN의 '나쓰 마쓰리' 가사를 보면 마쓰리 구경을 나온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이 보인다. "…유카타를 입은 모습이 너무 반짝여서 마쓰리의 밤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인파 속에서 너를 놓칠까 떨어지지 마라면서 손을 잡아 주머니에 넣고 꼭 잡았다."

올해도 코로나 재확산으로 마쓰리가 줄줄이 취소됐다. '마쓰리의 파워로 사람과 마을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활동하는 사단법인 마쓰리즘은 지난 2월 27일~3월 1일 전국 20~6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마쓰리에 대한 의식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마쓰리에 참가한 사람은 23.3%였는데, 이 중 92.5%가 '긴급사태선언'이 발표된 지난해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마쓰리는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80% 이상의 사람이 생각했다. 디지털세대인 20대도 30대도 80% 이상이었다. 코로나 이후 마쓰리는 개최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약 40%의 사람이 어렵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코로나가 끝나면 마쓰리에 참가하겠다는 사람은 약 절반에 해당하는 48.1%였다. 연령대로는 20대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19로 마쓰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마쓰리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했고, 절대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람이 71%나 됐다. 그 이유는 '일본의 전통문화이기 때문'(78.2%), '계절을 느끼는 이벤트라서'(44.7%), '사람들에게 힘을 더하는 것이라서'(44.4%) 등이다.

일본인들은 코로나로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본 문화로 '마쓰리'를 꼽았다. 이 말은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반드시 지키고 싶은 일본 문화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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