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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지면으로 익히는 글쓰기] 시(詩)- (3)우리 삶에 시는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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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삶의 고통을 위로해줍니다. 스물 세 살의 미당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던가요. 우리네 삶 대부분은 고통의 연속이지요. 시인은 그 고통을 시로 승화시키고, 그렇게 지어진 한 편의 시는 또 누군가의 고통을 치유하는 양약이 됩니다.

그 향기를 내기 위해 시인은 첫째, 관찰력을 길러야 합니다. 시는 산문과 달리 절제되고 함축된 언어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기에 어느 장르보다 치밀하고 집중력 있는 관찰을 요합니다. 이름 없는 풀 한 포기에도, 늘 죽은 것처럼 보이는 등나무에도 꽃이 피고 새가 날아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사실을 세심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둘째, 감수성입니다. 말 그대로 감수성은 느끼는 능력입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차곡차곡 저장하는 삶은 즐겁지요. 우리는 무언가에 꽂혔다 하는 순간들을 가끔 경험합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접촉하며 우리는 무수히 많은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냥 무심히 흘려보내고 맙니다. 시인은 일상 속 무뎌진 느낌들을 흔들어 깨워야 합니다. 그런 감각적 성찰을 통해 시인은 원초적 인식에 가닿고, 그것이 글감을 풍성하게 해주지요.

셋째, 상상력입니다. 상상력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지요. 복잡다단한 일상 속에 나도 모르게 중독되어 버리는 성향이 강합니다. 시인은 그러한 일상적 행위나 사고를 뒤집어 생각하는 습성을 길러야 합니다. 장미꽃은 아름답지만, 가시 돋친 장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할까요. 냉정히 짚어보면 그냥 피었다 사라질 뿐입니다. 여기서 시 한 편을 음미해볼까요.

"물속에 가라앉은 나무의자 하나 /미라처럼 /등을 바닥에 대고 /못 한 모퉁이 조용히 누워있다 /지나가다 언뜻 보면 /평생 누군가의 엉덩이 치받들고 /꼿꼿이 앉아 등받이 노릇만 하고 살다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누워 /노후를 편히 쉬는 듯한 모양새다 /그 자세가 부러웠던지 /물오리 떼 간간이 찾아와 /근심 풀듯 물갈퀴 풀어놓고 앉아 /쉬, 하다 가고 /그 소문 들은 물고기들도 /어항 드나들듯 /시시때때로 와서 쉬었다 가는데, 저 나 /무의 자는 더 이상 /나무도 아니고, 의자도 아니다 /앉으나 누워나, 성당 /못 오가는 사람들 쉼터 되어주다 /못 속으로 돌아가 /못 다 둘러빠지는 그 순간까지 /십자가 걸머지고 가는 나 /무의 자는 /나무로 왔다 의자로 살다 /못으로 돌아간 성자"(詩, '나무의자' 전문)

사실 나무의자의 본질은 나무도 의자도 아니지요. 단지 나무의자라고 이름 붙여주고 불러준 것뿐입니다. 나라는 존재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무의자처럼 기능하다 어디론가 돌아가는 나, 무의 자(者)가 아닐까요. 이 세상 와서 한평생 누군가의 의자로 살다 간다는 것, 고통스런 삶이지요. 그러나 그 삶은 성스럽게 와 닿지요. 그 고통을 통해 나를 승화시키는, 모름지기 시는 삶의 고통을 위로해주는 양약이 되지요.

김욱진 시인
김욱진 시인

김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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