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일신문에서 독서에 관한 독자의 글 두 편을 읽었다. '책, 읽어야 하나요?'(10월 8일 자)와 '책을 읽는다는 것'(9월 27일 자)이다. 모두 '독서=책 읽기'로 규정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넷 때문에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독서에 소홀해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독서 이해는 생각해볼 점이 있다. 독서를 책 읽기로 인식하는 것은 독서의 범위와 방식을 매우 좁히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는 독서를 '책을 읽음'으로, 책은 '종이를 여러 장 묶어 맨 물건,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으로 각각 풀이한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도 대체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독서는 책 읽기보다 넓은 개념이다. 책 읽기는 독서의 한 가지 방법이다. 독(讀)은 암호를 풀듯이(decode) 무엇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서(書)는 생각이나 말(曰)을 글자라는 기호에 기록(聿)한 것이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느냐는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대나무 조각을 평평하게 다듬어 그 위에 기록했다. 죽간(竹簡)이다. 책(冊)이라는 글자는 댓조각을 연결한 모습에서 나온 글자이다. 죽간 이전에는 동물의 뼈에 기록한 갑골문자가 있었다. 지금의 유튜브 영상을 비롯해 인터넷 자료, 전자책, 오디오북 등은 죽간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책을 읽는 것은 독책(讀冊)이다. 읽고 이해할 대상과 방식은 종이책에 한정되지 않는다. 마음, 세상, 문명, 우주 등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이 해당된다. 세상의 축소판인 신문 읽기도 유익한 독서이다. 나의 마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讀心)도 높은 수준의 독서 행위이다. 동물이나 식물과 교감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이라는 책에서 여행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책'(great book of the world)이라고 표현했다. 여행을 통해 삶을 깊이 음미하는 것을 생생한 독서로 여겼다. 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여행이라는 독서 활동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읽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독서를 종이책 읽기로 한정하면 종이책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편견에 갇힐 위험이 있다. 유튜브 영상 기록을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경우도 있고, 종이책 콘텐츠를 온라인에 실을 수도 있다. 종이책보다 풍부하고 가치 있는 온라인 자료도 많다. 부실한 내용을 종이책에 담아 출간하는 경우도 적잖다.
어떤 종이책은 특정 정치적 진영 논리를 잔뜩 담아 사람들을 확증 편향에 빠뜨린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책 때문에 대한민국이 쪼개지고 갈등이 커진다고 안타까워한다. 책(종이책)에 편가르기 논리를 담아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견해 또한 종이책을 독서 행위의 표준처럼 여기는 데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독서가 가능한 데다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여건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지금이야말로 독서의 본디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될 수 있다. 한 달 또는 1년에 읽는 종이책의 분량을 독서량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좁은 틀부터 넘어 독서에 대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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