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원이 투입된 대학가 보행자 전용거리 사업이 무용지물이 될 상황이 됐다.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해 차량 통행 단속용 카메라까지 달았지만 실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조성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18일 북구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시비 30억 원을 들여 경북대학교 북문 건너편에 보행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하고 보행자 전용 거리를 조성했다.
2016년 10월 북부경찰서는 북구청에 해당 거리에 차량진입을 통제하기 위한 단속 장비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북구청은 거리 조성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같은 해 11월 잔여예산 900만원으로 해당 거리에 있는 한 편의점 앞(산격동 대동로6길 39)에 차량통행 위반 단속용 CCTV를 설치했다.
이 거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이지만 거리 조성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차량 통행 단속은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구청과 북부경찰서는 단속과 관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가운데 위반하더라도 처벌 근거조차 없다.
주민들과 인근 상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인근 순댓국집에서 일하는 A(47) 씨는 "이 자리에서 4년째 일하고 있지만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길인지는 몰랐다. 일방통행 안내판조차 무색하게 양쪽 방향에서 차가 들어와서 가게 입구를 막는 등 바쁜 시간 영업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문구점에서 일하는 B(32) 씨도 "가게 입구에 차를 잠시 대고 근처에 볼일을 보러 간다는 사람도 많고 양방향에서 차가 들어와 차주들끼리 다툼이 벌어지는 일도 잦다. 보행자 전용 거리라는 것도 이 자리에서 오래 일한 사장이 귀띔해줘서 알았다.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거리 입구에 일방통행이 떡하니 표시돼 있어 차가 다녀도 되는 길이라고 인식한다"고 했다.
인근에 사는 C(31) 씨는 "주변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주차 단속 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라는 걸 알고 영업이 일찍 끝나는 가게 앞에 8시쯤부터 차를 대 놓고 인근 술집으로 간다. 오후 8시만 넘으면 거리가 주차장으로 바뀐다"고 했다.
북구청은 거리 조성 당시 북부경찰서에서 단속 카메라 설치 요청을 했고, 구청 예산으로 단속 장비는 달았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모두 경찰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측은 처벌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인도 상 오토바이 단속이나 도로 상 과속 차량에 대한 단속을 한다. 차량 통행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단속할 근거가 마땅찮다"고 했다.
북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보통 도로 한 개 폭이 중앙선을 기준으로 3m에 불과한데, 이 도로는 폭이 8m에 중앙선도 없어 일반 도로처럼 통행 위반 단속 카메라에 인식이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표지판과 CCTV로 경각심을 갖게 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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