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조모 살해' 10대 형제 "웹툰 못 봐 아쉬워"

첫 재판 내내 담담한 태도, 혐의 인정…목격자 조부에 "할머니 갔는데 할아버지도 가셔야지"
검찰 조사 중에도 생명 경기 태도…존속살해·방조 혐의는 모두 인정
오는 12월 피고의 신문 진행 후 추후 선고

지난 8월 31일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가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허현정 기자
지난 8월 31일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가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허현정 기자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10대 손자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일)는 28일 오전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친할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존속살해, 존속살해미수)를 받는 형 A(18) 군과 옆에서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방조)를 받는 동생 B(16) 군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형제는 재판 내내 담담한 태도를 이어갔다.

A군은 지난 8월 30일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 한 주택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는 것에 화가 나 흉기로 할머니를 살해하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도 살해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군은 범행에 앞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범행 수법을 검색했고, B군은 범행 과정에서 할머니의 비명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거나 현관문을 막으려 근처에 서 있는 등 형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할머니가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는 등 자주 갈등을 겪어왔다.

A군은 범행 전날인 8월 29일 할머니가 "20살이 넘으면 나가서 살아라"고 하자 조부모를 살해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이날 A군은 B군에게 "할머니를 죽일래? 즐기다 자살하는 것이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부엌에서 미리 흉기를 준비했다. A군은 다음 날 0시 10분쯤 흉기로 할머니의 등과 옆구리 등을 60차례 휘둘러 살해했다.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가 형제에게 "할머니를 병원에 보내자"고 말했지만, A군은 "할머니가 가신 것 같다. 따라가셔야지"라고 했다. 겁을 먹은 할아버지는 형제 앞에서 손을 빌며 "내가 잘못했다"고 했고, B군이 만류해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조사를 받으며 이들은 '웹툰을 못 봐 아쉽다'고 말하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재범의 위험성을 인정해 A군에 대해서는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형제들의 변호인은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하지만, 일부 부분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은 재판부에 그간 반성문을 두 차례에 걸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재판부에 "안에 있으면서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알게 됐으며, 나가게 되면 노인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착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며 스스로 과거가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는 심경을 전했다.

재판부는 "할아버지에 대한 존속살해미수 범행이 장애미수(외부 요인으로 범행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인지 중지미수(임의로 범행을 중지한 경우)인지에 대해 살펴봐달라"며 "피고인 신문을 통해 성장 과정 및 범행과 관련된 심경을 피고인들에게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6일 오후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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