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후보들의 추한 자화상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 프랑스 정치사상가 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한 말이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이들이 우리 국민 수준에 걸맞은 지도자인가란 의문이 생긴다.

말로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도 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독백도 있지만 말은 듣는 상대방이 있기 마련이다. 내 말을 듣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하며 말을 하는 게 기본이다. 정치인, 하물며 대선 후보라면 말을 듣는 국민과의 공감·소통을 염두에 두고 말을 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달변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한 이 후보의 말들은 궤변과 말장난으로 추락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상대방에게 덮어씌우고, 논리에 맞지 않은 비유로 국민을 기만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전 직원이 뇌물 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냐"는 말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자 이 후보는 측근이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후보의 측근 3인방 중 '장비'로 불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후보와 유 전 본부장의 관계를 대통령과 한전 직원에 빗댄 것은 말이 안 된다. 논리적 연결성이 없는 까닭에 궤변이다.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실언·막말·망언으로 언어 수준을 의심받고 있다. 양측이 두 사람의 실언·막말·망언 리스트 25가지를 주고받는 공방까지 벌였다.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운동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윤), "저X은 우리 당 쪼개고 나가서 우리 당 해체하라고 XX하던 X, 줘 패버릴 수도 없고"(홍) 등 두 사람 말은 혐오스러울 정도다.

대선 후보들이 궤변과 실언·막말·망언을 쏟아내는 것은 자질 부족 탓도 있지만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 폭발성 있는 발언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목적을 이룰지는 몰라도 대선 후보들의 상식에 맞지 않는 말은 국민을 환멸과 적대, 분열로 몰고 간다. 미국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은 남 앞에 자화상을 그려 놓은 것"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들의 자화상, 추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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