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무지개다리’와 ‘고양이별’이라는 위로

김지혜 그림책서점 '소소밀밀' 대표

김지혜 그림책서점
김지혜 그림책서점 '소소밀밀' 대표

그 해 가을 나는 참치 캔 앞에서 자주 눈물을 흘렸다. 캔 따는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듣고, 1초 만에 나타나는 고양이 '호두'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우리집에는 갈색 털의 '호두'와 회색 털의 '밤이'가 함께 살았다. 호두는 강아지처럼 사람을 잘 따르고 붙임성이 좋아 '개냥이'라고도 불렀다. 먹을 것을 좋아해 조금 뚱뚱했지만, 건강한 편이었고, 영리하고 착한 고양이었다.

호두는 우리 가족을 참 많이 좋아했다. 앉아 있으면, 품을 파고들었고, 누워 있으면 얼굴에 자신의 코를 바짝 갖다 대며, "내가 너희를 사랑하노라"라고 말하는 듯 애정을 표현했다. 그렇게 부비며 생활했지만, 우리는 호두가 아픈 줄 몰랐다.

감기에 걸렸나 싶어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 갑자기 여러가지 검사를 하자고 했다. 무슨 일일까. 병원에서 음식을 못 넘길 수 있으니, 강제 급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바로 다음 날 호두를 입원시켰다. 하지만 호두의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 원인이 무엇일까. 병원에서도 이 방법 저 방법을 썼지만, 차도가 없었다.

호두는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응급으로 주사 두 대를 맞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만 했다.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은 죄책감과 이제 다시는 호두를 볼 수 없다는 슬픔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이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에 떠나는 순간에 자신의 고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해도 호두의 죽음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고양이와 함께 산 사람들은 고양이가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너 고양이별로 돌아간다고 한다. 잠시 머물렀던 지구별을 뒤로 하고 말이다. 검증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 '무지개다리'와 '고양이별'은 세상에 꼭 존재해야 한다고 믿고 싶었다. 어딘가 있을 거라는 믿음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지금도 참치 캔을 따면 호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더는 울지 않는다. 다행히 호두의 짝꿍 밤이가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우리 가족은 호두의 몫까지 더해 밤이를 사랑해주고 있다.

"호두야, 고양이 별에서 잘 살고 있지? 먼저 도착한 나의 첫 번째 고양이 우랑이, 분홍코 크리스에게도 안부 전해 주렴. 네 짝꿍 밤이는 네가 없어서 많이 심심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주 잘 지내고 있어. 아마 밤이도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호두야, 우리 가족을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영원히 널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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