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멸시와 조롱으로 돌아온 李 정부의 대북 유화책

남북한 전방 확성기 철거 등 상호 조치로 대화와 소통을 재개하자는 우리 측 기대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 군 당국은 "(우리 측이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 뒤) 북한군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자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이런 상호적 조치를 통해 남북 간의 대화와 소통이 열려 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무근거한 억측이며 여론 조작"이라며 "확성기를 철거한 적도, 그럴 의향도 없다"고 했다.

우리 군은 최전방에 설치했던 24개의 고정형 대북 확성기 전부를 철거했다. 하지만 북한은 전체 확성기 40여 대 중 2대를 뺐다가 1대를 다시 갖다 놓았다. 확성기 철거 작업이 아니라 수리나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것을 우리 군은 '확성기 철거'로 봤고, 정부 역시 '우리 측 확성기 철거 조치에 북한도 호응하고 있다'는 취지(趣旨)로 발표했다. 이것이 북한군 활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오판인지, 정부의 대북 조치가 성과를 냈다는 희망적 사고에 따른 착각인지 밝혀야 한다.

김여정은 "우리의 국법에는 마땅히 대한민국이 가장 적대적인 위협 세력으로 표현되고 영구 고착(固着)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관심 없다"고 못 박았다.

북한과 신뢰 회복은 필요하고, 우리가 먼저 유화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숱하게 보았듯 우리가 양보하면 북한은 더 큰 양보를 요구했고, 거리낌 없이 약속을 파기했다. 북한 내 우리 시설을 철거·폭파하고, 우리 측 자산을 동결(凍結)했다. 우리의 선의에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멈춘 적도 없다. 남북 평화와 통일을 위한 북한과 대화, 북한에 대한 지원은 철저히 상대적으로,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비위(脾胃)를 맞추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더 큰 위협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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