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올해 화재출동 중 77%가 '오인출동'… 자동화재설비 오작동 때문

대구서 매년 전체 화재출동 중 오인출동 비율 증가하는 추세
오인출동 대부분은 자동화재속보설비 오작동으로 발생
오인출동으로 인한 소방력 낭비 막기 위한 대책 필요해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대명시장 내 설치된 자동화재속보설비. 윤정훈 기자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대명시장 내 설치된 자동화재속보설비. 윤정훈 기자

대구에서 이뤄진 소방 화재 출동 가운데 상당수가 자동화재설비 오작동 등으로 인한 '오인출동'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집계된 전체 화재출동 1만2천910건 중 오인출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73%인 1만7천792건에 달했다.

이 같은 오인출동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오인출동 비율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69%, 70%에서 지난해 74%로 높아졌다. 올해는 1~9월 사이 화재출동 3천934건 중 77%인 3천48건이 오인출동이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자동화재속보설비(이하 화재설비)가 오작동해서 오인출동이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화재설비는 사전에 녹음된 주소정보와 안내멘트로 소방서에 자동으로 화재사실을 알려 신고한다. 이는 소방시설법에 따라 바닥면적이 1천500㎡ 이상인 업무시설이나 노유자 생활시설, 의료시설, 전통시장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화재설비 오작동은 음식을 조리하거나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연기 혹은 설비 주변 먼지나 습기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 31일 오후 8시쯤 대구 남구 대명시장에 설치된 화재설비가 오작동을 일으켜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폭우가 내려 화재설비 내 신호 수신반에 누수가 생겨 오작동했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화재설비 신고가 들어오는 곳은 대부분 규모가 큰 장소여서 출동 때 동원하는 인력과 장비도 상당하다"며 "현장에 도착해 오인출동이라는 것을 알아도 바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오작동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밝혀야 해 소방력 낭비가 심하다"고 했다.

화재가 잦은 겨울이 오기 전에 화재설비 오작동에 대한 대책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이 지난달 공개한 최근 5년간 계절별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겨울철(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화재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비율은 각각 35.9%, 29.6%로 사계절 중 가장 높았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화재에 취약한 오래된 아파트의 낡은 화재설비에서 오작동이 자주 발생한다"며 "화재설비의 전선 피복이 벗겨진 부분에 주변 습기나 분진이 결합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겨울에 화재설비 위에 쌓인 눈이 녹아 오작동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관련 법령 정비를 통해 건물 소유주가 의무적으로 최신 사양의 화재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각 건물에 배치된 소방시설관리사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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