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장 대선 후보가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데 따른 '정치적 타격'을 만회하려는 듯 기상천외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후보는 23일 방송에 출연해 '여론조사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의견이 높다'는 질문을 받고 "저는 조사된 물위에 뜬 거품 같은 물결을 보지 않고 흐름을 본다. 도도한 흐름, 진짜 민심은 '내가 세금을 더 많이 내는데 나는 왜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빼지?'이다"라고 말했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민심을 파악하는 데 여론조사를 능가하는 게 없다. 문제는 이 후보에게는 안타깝게도 현재의 여론조사 기법으로는 '물위에 뜬 거품 같은 물결'과 '도도한 흐름, 진짜 민심'을 가려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 말고 민심을 들여다보는 자신만의 비법(秘法)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후보는 "'국가 예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줘야 한다는 데 동의하냐, 아니면 골고루 나눠 줘야 한다는 데 동의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하겠나. 윤리적 질문이니 윤리적 답변을 한다"고 말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대답은 윤리적 답변이며 '진짜 민심'은 지원금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인격자라는 소리 아닌가.
'국가 예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이 줘야 하느냐 아니면 골고루 나눠 줘야 하느냐'는 질문을 '윤리적 질문'으로 규정한 것 자체부터 문제다. '진짜 민심, 가짜 민심' 주장을 위한 억지 논리다. 그 질문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한정된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묻는 것이지 국민에게 윤리 의식을 묻는 질문이라고 할 수 없다. 이 후보는 이렇게 제 멋대로 규정하고 제 멋대로 단정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60%가 반대했다. 매표(買票)용 포퓰리즘에 국민이 제동을 건 것이다. 이 후보는 이를 거품이라고 한다. 현명한 판단을 한 국민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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