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창달 전 국회의원이 엿새만인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만나 지지 선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평생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그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캠프 대구경북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점이 주목되고 있고,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이제는 그가 이재명 캠프에서 대구경북 미래발전위원장 겸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는 점이다.

▶소속 진영을 바꾼 점, 속했던 진영과 옮긴 진영이 서로 맞수 내지는 원수라는 점, 소속을 옮긴 후 임무를 맡은 지역이 그대로라는 점.
그래서 문득 떠오르는 삼국지 속 인물이 있다.
맹달이다.
두 사람의 이름 맨 마지막(단, 맹달은 외자) 글자 '달'자가 같은 것도 시선을 끈다. 더구나 둘 다 '통달할 달(達)'이다.
▶맹달은 원래 후한 때 익주를 다스리던 유장의 부하였는데, 유비의 익주 진입, 즉 입촉 당시 유장을 배반하고 유비를 도왔다.
이어 유비가 조조의 한중을 빼앗을 즈음, 맹달은 한중 인근에 위치했으며 유비·조조·손권 어느 세력에도 속해 있지 않던 상용을 유비의 양자인 유봉과 함께 공격해 차지했다.
상용은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 유비는 한중에 군사를 집결해 바로 앞 조조의 장안과 대치했는데, 장안 바로 아래 '턱 밑 칼'이 상용이었다. 또한 익주에 머무른 유비는 의형제 관우가 동쪽 형주를 기반으로 조조를 공격토록 했는데, 익주·한중과 형주 사이에 상용이 있었다. 그래서 유비는 양자 유봉을 맹달과 함께 상용에 주둔시켜 지키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날 관우는 손권군에 포위돼 원군을 요청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관우의 부하인 요화가 형주와 가장 가까운 상용에 찾아가 눈물로 구원을 호소했다. 그런데 맹달은 무슨 의도였는지 과거 관우가 유비에게 유봉을 양자로 삼지 말라고 했던 걸 유봉에게 상기시켰고, 유봉은 원군을 거부했다. 결국 요화는 멀리 수도인 성도까지 가 원군을 요청했지만, 너무 늦어 관우는 죽고 말았다.
후환이 두려웠던 맹달은 그즈음 죽은 조조의 아들 조비에게 귀순했다. 이때 시선을 끄는 부분은 조비가 맹달에게 원래 지키던 상용을 맡겼다는 것이다. 조비는 아예 상용과 인접한 서성·방릉 등 3개 군을 신성군으로 합쳐 맹달을 태수로 삼았다.
▶투항한 장수치고는 파격적으로 중용된 맹달은 곧 조비가 죽자 불안해졌다. 뒷배가 사라졌으니, 출신국과 맞댄 국경을 지키는 자신에게 이제는 의심의 눈초리가 쏠릴 게 분명했다.
결국 맹달은 촉나라와 내통하다 위나라를 배반하고 만다.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 첫 북벌을 준비하던 제갈량은 일종의 양동작전 취지로 맹달이 상용에서 반란을 일으키게 부추겼다.
그러나 맹달은 반란을 미리 간파한 사마의에게 토벌되고 만다. 붙잡힌 맹달은 참수됐다.
▶맹달의 배반은 사실 그의 생전에는 배반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정적 순간 그의 선택은 유비·조비에 대한 지지 선언으로 잇따라 평가됐고, 마지막 선택 역시 '복귀'라는 단어로 적힐뻔 했으나 비극이 됐다. 역사가(그리고 소설(삼국지연의)이) 그에게 배반이라는 단어를 붙였을 터.
이건 맹달이 상용 밖으로는 좀체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운명이었다. 유비가 동고동락한 측근도 아닌 그에게 요충지인 상용을 지키게 한 것, 조비가 항복한 그를 신임해 상용을 그대로 맡긴 것, 제갈량이 북벌을 위해 아무래도 사람(맹달)보다는 입지(상용)가 탐이 나 그를 꼬드긴 것. 맹달의 인생 상당 부분은 상용에 저당잡혔던 셈이다.
▶박창달 전 의원이 보수에서 진보로 정치 행로를 바꿨다. 그런데 근거지는 계속 TK이다. TK 선거 총괄 임무를 홍준표 캠프에서 이재명 캠프로 적만 옮겨 경력 단절 없이 계속 맡는다.
유장이 가망이 없다 생각한 맹달이 서둘러 유비를 지지한 것처럼, "예전처럼 보수를 지켜온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국민의힘 내지는 윤석열 선대위의 '내홍' 상황을 비판하며 탈당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게 닮았다.
또한 이재명 후보가 박창달 전 의원에게 대구경북 미래발전위원장 겸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긴 점은 조비가 맹달에게 상용을 그대로, 또한 관할 구역을 좀 더 키워서 맡긴 것과 닮았다.
여기까지는 이래저래 닮은 꼴이다. 그러나 이후는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았으니 알 수 없다. TK에서 박창달 전 의원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 수도 있고, 별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시시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마지막의 맹달처럼 '복당'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는 박창달 전 의원의 몫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맹달은 2차례 선택이 성공했으나 마지막 선택은 실패해 비극을 맞았다는 점이고, 삼국지 속 상용과 대한민국 정치 속 TK는 계속 중요한 입지였다는 점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