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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김치없이 못살아,정말 못살아

김치
김치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아주 오래전 어느 가수의 노랫말을 떠올려 본다. 이 노랫말처럼 우리 식탁에서 김치를 빼놓으면 정말 밥맛이 없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다. 이러한 나의 결론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인의 식탁에 김치는 약방 감초와 같다.

우리의 주식은 밥과 이에 상응하는 밀가루를 활용한 탄수화물류가 중심축을 잡고 있다.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이에 걸맞은 반찬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인 밥상의 구성요소다. 이때 어떤 주식이 제공되느냐에 따라 조화를 이루는 반찬은 다르지만, 김치는 필수적으로 제공된다. 이러한 이유를 김치의 구성성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탄수화물 중심의 밥상에서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류의 섭취는 필수적이고 김치를 먹음으로써 이러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무, 배추, 오이와 같이 채소를 소금에 절여 고추, 파, 마늘, 생강 등 여러 가지 양념에 버무려 만드는 김치는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의 급원이 되는 발효식품이다.

발효 숙성되는 과정에서 김치의 맛과 향미, 조직감은 증진된다. 뿐만 아니라 유익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서 독성물질의 파괴, 소화성 증진 효과, 필수비타민 등이 생성되어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증진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들의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김치지만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표준레시피다. 요리책에 소개된 김치의 레시피는 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모두 표준레시피는 아니다.

◆표준 레시피가 없다.

김치는 표준레시피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일정 조건만 갖추면 모두 김치라고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재료로 배추와 무를 비롯하여 쪽파, 오이, 부추, 갓 등과 같은 채소가 있고 고추, 파, 마늘, 생강 등의 양념과 감칠맛을 살리기 위한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 등 다양한 젓갈류 굴, 동태, 낙지, 생새우와 같은 해산물, 그 외에 육류까지 선택할 수 있는 재료가 무궁무진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치에는 한가지 레시피가 존재할 수 없었으며 개인의 취향과 그 가정의 전통에 따라 조금씩 다른 맛의 김치가 존재하였다. 그래서 김치는 집안의 품격과 주부의 음식 솜씨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치의 맛은 계절적 요인, 지역의 기후, 풍토에 따라 맛이 다르다. 기온이 낮은 서울 이북에서는 양념류와 젓갈류를 적게 사용하여 심심하면서도 시원한 김치를 선호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서는 북쪽보다 양념을 더 쓰고 새우젓과 조기젓을 주로 사용하였다. 중부 이남은 기온이 높아 김치의 저장성을 위해 소금의 양이나 젓갈과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여 양념 맛이 강하고 진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서남부에 전라도의 김치는 멸치젓갈을 쓰며 밥을 당화시켜서 김치의 단맛을 추가시켰다.

◆지역에 따라 양념달라

전라도 김치와 경상도 김치는 공통으로 젓갈과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해 양념이 진하고 맛이 짭짤하여 높은 기온에서도 저장성이 용이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김치는 지역특산물, 그 지역의 기후에 따라 맛이 다르고 개성이 넘친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식탁 문화에 세대별로 큰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식자재의 다양화와 서구화가 가속되었고 이는 구성원들의 식습관과 식성에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다행히 김치에 대한 애착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김치를 직접 담가 먹기보다는 상품화된 김치를 선호하고 부모 세대로부터 가져다 먹는 세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일찌감치 치즈 맛에 길든 세대들은 김치가 없어도 식사를 해결하는 데 불편함조차 없어진 것이 불편한 진실이 되었다. 이렇듯 젊은 세대들의 김치 섭취량 감소는 젊은 층의 성인병 발병률과도 연관되고 있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인들은 우리 김치의 맛과 영양학적 우수성을 인정하여 웰빙 음식으로 선호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라 했고 그 밥심의 중심에는 오랜 세월 김치가 그 중심을 확고히 지켜왔다. 김장철이 시작된 요즘 온 가족이 둘러앉아 김장김치에 뜨끈한 수육 한 접시 나눠 먹으며 김치 사랑을 실천해 보면 어떨런지? 김치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 흥얼거리면서….

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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