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보수진영의 여망인 정권교체에 집중하지 않고 내부 권력투쟁에만 골몰하자 자성(自醒)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빼기'가 아닌 '더하기'의 정치를 통해 당의 역량을 극대화해야만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훈수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선국면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과정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이준석 대표와 잇따라 갈등을 빚자 자정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30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외부와의 연락도 차단한 채 잠행에 돌입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탁하고,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지역방문 일정을 일방 통보하는 등 윤 후보의 잇따른 밀어붙이기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윤 후보가 사실상 김종인 전 위원장의 '항복'을 요구하며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개문발차(開門發車)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사자는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할 때에도 최선을 다 한다'는 격언을 고려하면 지금은 선거에 도움이 되는 그 누구라도 안아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당 중진들이 윤 후보의 통 큰 정치력을 주문하고 나섰다.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은 이날 자신의 청년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당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이 돼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설쳐서 대선 캠프가 잡탕이 됐다"며 "당 대표를 겉돌게 하면 대선을 망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윤 후보 당내 경선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의원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윤석열 후보와 우리 당의 대선 필승 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이라며 "청년의 압도적 지지 없이 우리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최근 이 대표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중진인 김태호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이기는 선거도 끝까지 겸손해야 하는데 하물며 이번 대선은 차, 포 다 떼고 이길 수 있는 녹록한 선거가 아니다"며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것인가. 누구든 말을 삼가고 자중하라"는 글을 올렸다.
김태흠 의원은 "정권교체는 여러분들만의 소망이 아니다. 당원들과 대다수 국민들의 여망"이라며 "여러분들의 지금 언행은 사욕만 가득하고 전략과 시대정신 부재인 무능의 극치로 정권교체라는 대의도 보이지 않는다"고 윤 후보 캠프를 겨냥했다.
정치권에선 대선정국에서 서둘러 주도권을 잡으려는 윤 후보 캠프가 조급한 마음에 적전분열(敵前分裂)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윤 후보가 힘의 논리가 아닌 진짜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 후보의 힘자랑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던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며 "참신함이 무기인 윤 후보가 기존 정치공학에 집착한 나머지 권력투쟁에 휩싸일 경우 주도권을 경쟁후보에게 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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