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글지글-지면으로 익히는 글쓰기] 동시-(2)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을 쓰자

먼저 동시 한 편을 읽어보겠습니다.

조심조심 달리는데도/ 구름자동차가/ 미루나무 꼭대기에/ 쿵, 하고 부딪쳤다//

다치거나 부서진 것은 없다/ 그저 구름자동차는/ 미루나무에게/ 키가 커 멋지다 하고/ 미루나무는/ 구름자동차의/ 시트가 푹신푹신/ 한번 타 보고 싶다 하고//

(송찬호, '구름자동차와 미루나무' 전문)

인용한 동시는 성인 시단에 잘 알려진 송찬호 시인의 동시입니다. 이 동시를 읽으면 유쾌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송찬호 시인은 이처럼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동시를 많이 쓰는 시인입니다.

동시를 쓰려면 어린이의 심리와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어린이와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는 한때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또한 우리집이나 이웃에 어린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지만 아이들 마음 속에 변하지 않는 것들도 많습니다.

어린이들은 자신과 관계되는 이야기, 상상력, 엉뚱한 것을 좋아합니다. 교훈을 주고 싶은 동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유로 말해야 거부감을 덜 느낍니다. 어른 입장에서 가르치려고만 하는 동시를 어린이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른 시각에서는 아무리 좋은 동시라도 어린이들이 읽지 않거나, 읽더라도 공감이나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아무런 영향력을 못 미칩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한다고 말장난의 동시만 창작되어서도 안 됩니다. 동시는 교육적 기능도 가져야 합니다. 어린이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우리 사회, 우리 이웃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는 동시도 필요합니다. 환경문제, 노인문제, 저출생문제 등이 그런 것이겠지요.

시의 소재는 너무나 많습니다. 주위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모두가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함축적이되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새로운 발견이나 의미를 찾아내어 표현하는 것이 신선함을 줄 수 있습니다. 익숙하고 관념적인 시는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관심을 가지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느껴지게 됩니다. 시를 쓰려면 시를 쓰려는 대상에 대한 관심이 첫 번째입니다. 거기서 시가 될 씨앗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표현해야 합니다.

권오삼 시인은 최근에 발간한 동시집 '너도 나도 엄지척'의 '시인의 말'에서 '동시나라 헌법'을 제시했습니다.

(제1조 1항) 이곳 동시나라의 국민은 어린이와 어른이다.

(2항) 어린이가 첫 번째, 어른이 두 번째이다.

(제2조 1항) 어린이가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2항) 재미있게, 지루하지 않게 써야 한다.

'동시나라 헌법'은 선언적 의미가 강하지만, 제2조에서 동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박승우 동시인
박승우 동시인

박승우 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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