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 생각보다 정말 많이 나옵니다.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들이 영화 속에 오페라의 한 장면이나 아리아를 삽입한다는 건 대단히 큰 의미와 의도를 갖고 있어요. 어떤 의미를 갖고 이 곡을 넣었을까, 이 장면을 찍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 커집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 테너 최덕술 씨가 13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영화 속 오페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최 씨는 ▷귀여운 여인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쇼생크 탈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파리넬리 등 다섯 영화에 나온 오페라 장면과 오페라에서 나온 클래식 삽입곡을 소개하며,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먼저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나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관람 장면에 주목했다. 최 씨는 "줄리아 로버츠가 맡은 '비비안'은 몸을 파는 여성인데, 두 사람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극장에서 관람하는 작품이 바로 라 트라비아타"라며 "제목의 뜻이 뭐냐면, '정도를 벗어난 여인'이다. 비비안의 직업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페라를 본 적도 없고 클래식 음악도 모른다'던 비비안이 작품이 끝날 때쯤에는 눈물을 흘린다. 감정적으로 순수한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고, 누구나 직관으로 봐도 감동받을 수 있는 게 오페라"라고 덧붙였다.

이어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긴장감 넘치는 오페라 극장 장면에 들어간 푸치니의 '토스카'를 소개한 최 씨는 다음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영화"라며 '쇼생크 탈출'의 유명한 장면을 소개했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은행가 출신 주인공 앤디가 소장의 탈세를 도와 신뢰를 얻은 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Che soave zeffiretto)를 교도소 전체에 트는 장면이다.
최 씨는 "이 음악은 백작부인과 시녀 수잔나가 백작을 속이려는 가짜 편지를 쓰며 부르는 노래"라며 "이것이 결국 불법 이중장부를 만들어줘 돈을 빼돌리게 한 뒤 탈옥하면서 그 돈을 가지고 나간 주인공 앤디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지 않으냐"고 했다.
네 번째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 나온 오페라 '투란도트'의 명곡 '네순 도르마'. 최 씨는 "오케스트라가 순식간에 고음을 내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이 여기서 '악보'를 보여준다. 그때 쏠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거세 가수 '카스트라토'를 주제로 한 영화 '파리넬리'를 소개한 그는 동행한 소프라노 이윤경 씨와 함께 영화에 나온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를 비롯해 5곡을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회원들 앞에서 직접 공연해 감동을 안겼다.
최 씨는 마지막으로 "클래식을 연주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12월의 밤 매일탑리더스 회원들에게 감동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고 인사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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