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 칼럼] 대선 판 보며 느끼는 절망감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아무리 나라가 망가졌다 해도 이런 인물들이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일 수는 없다. 이 정도 수준의 사람들이 나라의 미래를 놓고 경쟁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초현실적일뿐더러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회의원은 물론 시의원, 구의원 후보로 등록조차 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공무원 자격 사칭, 선거법 위반, 그리고 요즘 가장 민감한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면 공천 심사에서 다 걸러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형수 욕설' 녹취가 나돌고 있고, 여배우와의 관계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누구나 알고 있다. 선관위가 형수 욕설 원본을 트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으니, 조만간 길거리에서 쌍욕이 적나라하게 들리는 '검증' 과정이 있을 것이다.

애들은 가라고 해야 할 판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존경한다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현란한 말 바꾸기를 보면 이 후보의 진심이 담긴 말이 하나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일이 거론하기가 벅차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 및 조국 사태 등에 대한 사과 시리즈와 아들의 불법도박에 대한 신속한 사과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이란 말은 민망한 단어가 될 것이다. 그래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불관언'(吾不關焉·상관하지 않고 모른 체함)이고 앞으로도 이런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이란 전망에서 절망감을 느끼는 내가 도리어 이상할 지경이다.

다른 쪽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지리멸렬한 야당의 모습은 머리를 흔들게 된다.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찬동한다 해도 '닥치고 정권교체'를 외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국정 전반에 대한 윤 후보 본인의 부족함이야 이해할 수 있다. 오락가락 발언들도 학습 과정이라 치자. 윤 후보의 말처럼 정권교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정당과 정치세력이 하는 것이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의혹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결혼 전 사생활 영역은 논외로 하자. 재산, 논문, 경력 등은 공적인 검증 대상이고 경선 전부터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이다. 선거운동은 '영혼까지 털리는' 과정이다. 뜨거운 쟁점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언론의 주목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도 당도 캠프도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얼굴을 가리고 목덜미를 잡힌 채 카메라를 피하는 김 씨의 모습은 선거 관련 역대급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사실을 확인하겠다, 영부인을 뽑는 게 아니다, "국모 선거냐"고 외치는 대응은 헛웃음을 낳는다. 자리다툼과 입방정만 있을 뿐, 실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도 국민이 야당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여야의 극단적 대결에서 중심을 잡고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할 수 있는 인물이나 세력이 없는 점도 절망적이다. 이른바 원로라는 인사들은 여전히 독재 대 민주라는 흘러간 노래만 되풀이한다. 민주라는 이름만 붙이면 범죄조차 정당화되던 시대가 이미 끝났음을 알지 못하는 지체현상이다. 그 나름 지식인이라는 변호사, 대학교수 타이틀을 단 사람들조차 한쪽 편에 서서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 역시 절망적이다.

이 후보 아들의 성매매업소 후기는 본인 경험이 아니고 친구 말을 듣고 쓸 수도 있다는 식의 궤변을 서슴지 않는 변호사가 수두룩하다. 종전선언에 반대하면 친일파요, 전과 14범 이명박 대통령을 들먹이며 전과 4범 이재명 후보를 옹호하는 교수도 있다. 무슨 이권이 있길래 저럴까 측은하기까지 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웃도는 현실에서 이 후보가 당선되면 국정운영이 순조로울 리 만무하다. 여당이 개인적으로 증오하는 윤 후보가 이길 경우 국정 마비는 정해진 수순이다. 군소 후보들을 대안으로 보기도 어렵다. 생각 같아서는 여야 모두 경선부터 다시 하라고 외치고 싶지만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래서 그냥 닥치고 누가 더 나쁜 후보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장 큰 절망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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