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2021 영화 결산

박스오피스 10 진입 한국영화 '모가디슈·싱크홀'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올해도 극장가는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위드 코로나'로 고비를 넘기나 싶었지만,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이마저도 다시 얼어붙었다. 팬데믹 속에서도 호기 있게 개봉을 강행한 영화들이 있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발버둥을 치기에는 코로나19의 매듭이 너무 강했던 2021년 극장가였다.

올 한해 박스오피스 10에 오른 한국 영화는 2편뿐이었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36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2위에 올랐다. 1990년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남북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생존을 위해 함께 위기를 이겨나가는 감동 드라마였다.

자칫 신파나 '국뽕'으로 흐를 수 있는 감성을 남북 대치의 슬픔으로 잘 절제한 류승완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 영화였다. '모가디슈'는 제42회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영화 '싱크홀'의 한 장면
영화 '싱크홀'의 한 장면

또 한 편이 '싱크홀'이다. 219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 오피스 6위를 기록했다. 11년 만에 마련한 빌라 건물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에 추락, 살아남은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재난영화였다. 싱크홀이라는 색다른 재난에 한국형 생존 탈출이 맞물리면서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올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는 '스파이더맨:노웨이 홈'이다. 지난 15일 개봉해 1주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며 놀라운 스퍼트를 보여주었다. 12월에 개봉한 영화가 그해 흥행 1위라는 기현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현재 496만 명을 동원하며 당분간 흥행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영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의 한 장면
영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의 한 장면

마동석의 출연으로 국내에서 화제를 모은 '이터널스'가 30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3위를 기록했고, '블랙 위도우'(296만 명), '분노의 질주'(229만 명)가 각각 4, 5위로 뒤를 이었다.

8위에 오른 '베놈:렛 데어 비 카니지'(212만 명) 등 전반적으로 할리우드 마블 코믹스와 히어로 영화들이 강세를 보인 한 해였다. 갑갑한 현실을 스크린 속 통쾌한 액션으로 만족하려는 관객의 기호가 반영된 것이다.

올해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활약이 돋보이기도 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과 '소울'이 각각 215만 명, 204만 명으로 7위와 9위에 오른 것이다. 1월에 개봉한 '소울'은 마침내 무대에 설 기회를 얻은 재즈 피아니스트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되고, 영혼이 된 그가 다시 지구에 오기 위한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이었다. 삶에 대한 애착과 인생에 대한 은유 등이 음악과 함께 잘 어우러지는 수작으로 새해 첫 100만 명 돌파 영화가 되기도 했다. 10위는 198만 명을 동원한 디즈니의 실사 영화 '크루엘라'가 차지했다.

영화 '소울'의 한 장면
영화 '소울'의 한 장면

올해는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주조연상을 수상한 해였다. 아시아 배우로는 1957년 일본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이며 한국 배우로는 처음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더욱 넓어진 K-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외 주목할 만한 영화로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이 10월 개봉해 열혈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프랭크 허버트의 SF서사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독특한 비주얼과 웅장한 스케일을 보여주었다. 원작을 이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15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관심을 받았다.

007 영화 25번째 작품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팬데믹으로 개봉 연기를 거듭하다, 지난 9월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다. 2006년 '카지노 로얄'(감독 마틴 캠벨)에서 시작해 '퀀텀 오브 솔라스'(2008), '스카이폴'(2012), '스펙터'(2015)에 이르며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향후 007의 영화 행보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122만 명이 관람하며 나름 선방했다.

영화 '리스펙트'의 한 장면
영화 '리스펙트'의 한 장면

특히 올해는 유명인의 전기영화가 많이 개봉됐다.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의 '리스펙트'를 비롯해 호주 가수 헬렌 레디의 '아이 엠 우먼', 프랑스 누벨바그의 아이콘 진 세버그의 전기영화 '세버그' 등이 그들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의 추억을 달래주기도 했다. 특이하게 다큐멘터리로 '1984 최동원'과 '왕십리 김종분'에 이어 국민MC 송해 씨의 삶과 무대 아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송해 1927'등이 개봉되기도 했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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