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1시 30분쯤 대구 중구 교동귀금속거리 일대. 200여m 거리에 35개 귀금속 가게가 입점해 있었지만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2곳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소매 받지 않음'이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불황에 돈이 궁해져 예물을 팔러 오는 손님들만 늘었다. 사러 오는 손님은 없고 팔러 오는 손님들만 몰리는 탓에 더 이상 소매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김창호(65) 씨는 "코로나 이전 국내 향토 주얼리를 구매하러 왔던 사람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는 중산층이었다. 요즘엔 중산층도 어렵다 보니 방문 고객들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귀금속 매장들이 장기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금은방의 주 수입원인 결혼식·돌잔치가 줄거나 간소화된 데다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진 중산층들이 귀금속 구매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다.
반면 백화점 명품 주얼리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해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귀금속거리에서 만난 30년 경력의 금은방 주인 이모(60) 씨는 "아이쇼핑 손님만 간혹 온다. 하나도 못 파는 날도 잦다. 예전엔 반지·목걸이 등 결혼 예물에 1천만원 넘게 썼다면 요즘은 예비 부부가 커플링 정도만 맞춰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날 한 금은방에서 만난 손님 윤지현(33) 씨는 "10여군데를 들러 가장 가격이 합리적인 곳을 선택한 뒤 구매를 결정했다. 30만원에 금반지 하나를 샀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금반지는 정말 남는 게 없다. 정가의 3%도 안 남는다"며 "세상이 불안한지 보석보다는 금을 찾으러 온다"고 했다.

반면 백화점 명품 귀금속 매출은 무섭게 뛰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른바 보복 소비로 불리는 명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대구의 한 백화점 하이주얼리 매장 인근에서 만난 김유영(31) 씨는 "명품 보석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보석은 평생 소장하는 것이니 만큼 비싸더라도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산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빅 3사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27일) 하이주얼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대구신세계 57%, 현대백화점 대구점 34%, 롯데백화점 대구점 18%씩 각각 올랐다.
지역 백화점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보복 소비가 가방, 의류 등에서 보석류 등 액세서리 명품 브랜드로 번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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