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선진국의 언덕에서

김규재 (사)3·1정신보국운동연합 총재

김규재 (사)3·1정신보국운동연합 총재
김규재 (사)3·1정신보국운동연합 총재

처절하게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다. 5월 보릿고개 굶주림이 서러워 눈물로 지새우던 빈곤의 고통은 어쩌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우리 민족의 숙명적 유산이었으리라. 아침에 밥을 먹고 저녁에는 죽으로 허기를 채우는 조반석죽(朝飯夕粥)조차 어려워 초근목피(草根木皮·풀뿌리와 나무 껍질)로 목숨을 이어야만 했던 그때, 헐벗고 굶주린 자의 유일한 소망은 오직 잘 먹고 잘사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국민 모두 1960년대 초반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열망으로 근대화의 물결에 팔을 걷어 동참했고, 이어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의 기치 아래 뭉쳐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부심으로 산업화라는 시대적 과업을 마침내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결코 순조롭게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정치적 회오리로 세상은 몹시 시끄럽기도 했고 북한은 군사 도발로 우리를 괴롭혔다. 심지어 한·미 동맹 우방국 미국마저도 한때 인권 문제로 시비를 걸어 오며 주한 미군의 사단 병력을 우리나라에서 빼 가기도 했다.

국내외 정치, 경제, 안보 환경이 혼란한 가운데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8년 경부고속도로를 깔아 국가 산업 대동맥을 마련했고 경북 포항 영일만 모래밭에 세계가 선망하는 포항제철 건설 신화를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그 결실이 잘 영글어 우리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우리 손으로 닦은 고속도로를 달려 야심 차게 건조한 대형 선박에 실어 5대양 6대주 지구촌을 누비며 자동차와 조선왕국(造船王國)이라는 위의(威儀)를 세계에 떨치게 됐다.

나라 발전의 비전을 꿰뚫어 보는 국가 지도자의 혜안으로 매달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현대, 삼성, 대우를 비롯한 모든 기업에 주력산업의 길을 터 주었다. 또 정부는 이들 기업에 힘을 실어 주고 투자를 독려해 원대한 수출 입국(立國) 꿈을 실현했다. 아울러 건실한 청년 일자리를 넉넉하게 만들어 희망찬 내일을 기약했다.

부국강병을 바라는 국민과 정부,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는 국민 총화 역량으로 고도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으니 이는 진정 민족사적 감동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로써 우리 민족을 짓눌렀던 5천 년 찌든 가난을 우리 손으로 몰아내고 역사상 처음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여 세계로부터 부러움과 갈채를 받으며 국력은 날로 신장을 거듭했다.

이리하여 산업화 이후 정치 민주화 역시 진통 속에서도 그 나름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 유일 국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원조(援助)를 받던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돕는,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드디어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 결의로 개발도상국에 머물던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역사적 쾌거를 보게 됐다. 한국처럼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국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오늘날 한국 70년 현대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건국과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일군 산업화는 세계 인류가 공인하는 성공한 역사임이 분명하다. 국가를 통치하는 정치집단은 이념과 진영 논리를 초월해야 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 성공한 역사는 계승하고, 실패한 역사 전철은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엄숙한 역사 교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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