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0억 마리, 대한민국에선 800만 마리.'
한해 동안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의 수다. 건물을 디자인할 때 그 누구도 새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인간이 만든 건물 때문에 매년 이처럼 많은 새가 생명을 잃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에 사는 새는 이것 외에도 수많은 위험에 처해 있다. 빛 공해, 자동차 소음, 기후 변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 수많은 생존 위기를 감당해야 한다.
계절 따라 이주하는 철새의 상황도 비슷하다.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쉴 만한 장소는 거의 보이지 않고, 도로나 건물, 피해야 할 송전선이 넘쳐난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머물던 해안 습지나 도시 외곽의 숲 또한 해가 갈수록 급속히 사라져간다.
미국의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녹색 도시주의'(Green Urbanism)란 용어를 창안한 티모시 비틀리는 책 '도시를 바꾸는 새'를 통해 도시에서 새와 공생하려고 힘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에 따르면 새와 새의 서식지를 지키는 활동은 탄소 배출 저감, 기후변화 완화 등 다양한 방면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한다. 새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노라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이 새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비 행태를 바로잡는 노력을 한다거나, 도시 속 공원에 새들이 좋아하는 자생종 나무를 심으면 종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랄까.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미 이런 노력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새를 보전하기 위해 싱가포르 한 고층 빌딩은 수직 숲이 됐고,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는 토종 새를 위한 2.5㎢ 넓이의 야생 보호구역이 조성됐다. 급수 시설이 있던 런던의 공업용지는 새가 날아드는 람사르 습지로, 가동을 멈춘 토론토의 벽돌 공장은 새와 사람이 줄을 잇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결국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지구는 모든 생명이 공유하는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라는 것. 따라서 도시를 인간만의 것이 아닌 다양한 생명 종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새롭게 바라봐야 하고, 이를 위해 '새를 위한 도시'가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책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새와 함께 살아가는 도시는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하는 생태적인 도시이며, 나아가 도시의 윤리적 의무를 다하는 새로운 모델이라 굳게 믿는다." 33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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