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첨단의료 CEO] <7>이중호 세신정밀 대표

2세대 경영인 이중호 대표, 사원부터 시작한 ‘실무형 대표’
치과용 핸드피스→의료시장 전체로 사업영역 확장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신뢰가 가장 중요한 자산”

이중호 세신정밀 대표. 채원영 기자
이중호 세신정밀 대표. 채원영 기자

치과용 핸드피스를 생산하는 세신정밀은 대구 의료기기 업체의 원조 격이다. 의료기기 시장이 형성되기 전인 1976년 '세신정밀공업사'로 시작해 2008년 ㈜세신정밀로 법인 전환했고, 어느덧 창립 5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중호 세신정밀 대표는 창업주 이익재 회장의 뒤를 이어 2013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스스로를 40대의 젊은 '실무형 대표'라 소개한 이 대표는 20대 초반 대학생 시절 사원부터 시작해 다양한 현장 업무를 경험했다.

'2세대 경영인'에게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해외 유학파 같은 이미지보다는 기름 냄새가 나는 이중호 대표를 대구 달성군 세신정밀 본사에서 만났다.

-의료기기 업체로는 보기 힘든 업력이다. 창업 계기부터 들어보고 싶다.

▶아버지이신 엔지니어 출신 이익재 회장이 창업했다. 엔지니어로 활동하시면서 치과 기공용 도구를 수리할 일이 꽤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제품 대부분이 일본산이었고, 이를 국산화해야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대표로 일하게 됐나?

▶대학교에 다닐 때 사원부터 시작해 일을 배웠다. 기름 닦고 포장하는 일부터 시작해 모터 권선을 감는 일 등 현장에서 하는 업무는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장기근속자 직원들과는 어릴 때부터 같이 일했으니 형님, 동생 하면서 지낸다. 당시 쌓았던 신뢰관계가 지금 대표로 활동하는데 소중한 자산이 된다.

-세신정밀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모터기술, 정밀기술, 제어기술이 3요소다. 핸드피스는 손에 잡고 쓰는 공구를 뜻한다. 구동방식에 따라 전동식이 될 수도 에어 핸드피스가 될 수도 있다. 의료용 핸드피스에 쓰이는 모터는 굉장히 악조건을 견뎌야 한다. 높은 RPM을 구현하면서도 사람 입에 들어갔을 때는 적당히 감속해 손상이 가지 않아야 한다. 소독을 해야 하니 모터가 스팀에도 견뎌야 한다. 세신정밀은 의료용 핸드피스에 들어가는 모터부터 해서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한다.

-최근 치과용 핸드피스 시장상황은 어떤가?

▶코로나19 타격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구강을 통해 비말이 튈 수 있으니 치과 영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거래하던 병원이 문을 닫고 갑자기 연락되지 않는 일도 허다했다. 1998년 IMF나 2008년 금융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위기였다. 더군다나 90%가량 수출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야말로 죽다 살아났다. 그래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팬데믹 기간 연구개발에 더욱 강화하면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했다. 또 공정 자동화를 통한 효율 개선에 공을 들였다. 지금은 팬데믹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젝트가 있는가?

▶매출액의 5%를 R&D에 투자한다. 중소기업으로는 이만한 비율을 투자하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약 5년 전부터 연구개발을 진행한 정형외과 무선드릴과 척추수술용 핸드피스 제품이 올해부터 판매에 돌입한다. 주력시장인 치과용 핸드피스를 넘어 의료시장 전체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중호 세신정밀 대표. 채원영 기자
이중호 세신정밀 대표. 채원영 기자

-2세 경영자로서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는가?

▶어릴 때는 위기가 닥쳐도 막연히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발상이었다. 회사의 월급을 받는 직원들,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생각하면 항상 어깨에 부담을 짊어지고 가는 것 같다. 2세라고 해서 쉽게 대표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항상 인정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현장에 나갈 일이 생기면 직원들과 같이 물건을 나른다. 지금까지 노는 시간 없이 계속 달려왔다. 이제는 직원들로부터 조금씩 인정받는 것 같다.

-직원 복지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현재 위치로 공장을 옮길 때부터 직원들이 진짜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본적인 휴게공간은 물론이고 기숙사도 마련했다. 시설비를 꽤 들여 지열 냉난방을 도입하기도 했다. 모두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함이다. 정밀공업 특성상 이론적인 지식보다는 현장 감각이 중요하다. 세신정밀은 마이스터고 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 뜻만 있다면 기술 습득은 물론이고 숙식, 병역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퇴사율이 낮고 장기근속자가 많다.

-대구지역 의료산업 성장을 전망한다면?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의료시장이다 보니 철폐해야 할 규제가 너무나 많다. 지역의 의료산업이 잘 되려면 풀어야 할 규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규제개혁 얘기를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데 여러 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지 않다. 대구의 미래인재 양성 프로그램 휴스타 사업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이 사업 기획 단계부터 기업인 입장에서 참여했는데, 학생은 물론 기업 만족도가 높다. 휴스타를 더욱 활발히 추진해 기업이 자연스럽게 채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의료용 핸드피스를 얘기하면 세신정밀이 떠오르도록 하고 싶다. 또한 신의, 창조, 개척이라는 회사의 철학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 간의 신뢰, 거래처와의 신뢰를 끝까지 중시하려 한다. 창조는 활발한 연구개발로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개척은 우리나라에서 안 해본 일을 국산화한다는 의미다. 세신정밀을 글로벌 핸드피스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