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SK 지역상생 외면…등돌리는 상주 시민들

유해물질 취급 SK머티리얼즈 지역상생과 민심얻기 적극적이어야 한다.

경북부 고도현 기자
경북부 고도현 기자

"SK머티리얼즈를 상주에 유치하면 상주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좋다고 한 사람들이 누굽니까?", "상주에 감히 친정인 영주지역 업체를 데리고 와 일감을 몰아주다니요. 상주시와 상주 시민을 우습게 보는 건지 화가 나네요."

경북 영주에 있던 SK그룹 자회사 SK머티리얼즈가 상주에 새 둥지를 틀면서 기초공사와 토목공사 등 88억 원 규모의 일감을 모두 영주 업체에 몰아주고 있는 것(매일신문 17일 자 8면)에 대해 상주 시민들의 격앙된 반응이다.

SK머티리얼즈 상주공장이 건립되는 장소는 지난 2013년 염산누출 대형 사고가 나 지금까지 운영이 중단된 (구)웅진폴리실리콘 공장 부지다.

이를 기억하는 시민들은 SK 상주공장이 생산하고 다루는 특수가스가 인체에 치명적인 불산·세정·식각 가스 등 이어서 다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다.

SK머티리얼즈 영주공장 역시 2012년, 2013년 유해가스 탱크 폭발·화재 인명 사고에 이어 지난 2018년에는 가스탱크가 폭발해 화학물질인 육불하텅스텐(WF6) 약 1.8톤(t)이 누출됐다.

육불하텅스텐은 물과 만나면 불산으로 변하고 들이마시면 호흡기가 손상될 수 있다.

상주 시민들은 친환경 기업과 거리가 먼 SK머티리얼즈에 대해 환경과 안전문제 우려가 있음에도 수백여 장의 환영 현수막을 내거는 등 상주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협조하자는 분위기였다.

그 이면에는 대기업이 와야 지역에 일감을 주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통상 주민기피 시설이나 환경 문제가 있는 기업이 정착하려면 지역민들에게 발전기금을 내놓는 등 민심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기본적인 일감은 지역업체에 배려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상주시와 상생발전을 공언했던 SK는 영주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

SK 측은 그 이유로 상주지역 업체가 거래처 등록이 되지 않아 일정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SK는 이전에 상주와 연고가 없었기 때문에 거래업체 등록이 한 곳도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SK가 지역상생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해 9월 14일 상주시와 투자양해각서 체결 당시에 상주 업체가 거래업체 등록을 사전에 할 수 있도록 상주시에 안내했어야 옳았다.

양해각서 후 4개월의 시간도 있었다. 말로는 지역업체 상생을 외쳤지만 의지가 없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SK 측의 이같은 처신은 상주 시민들로 하여금 SK에 대한 불신 등 여론악화를 부른다는 점에서 시급한 태도변화와 상생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SK가 계속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소극적이라면 시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상북도와 상주시가 SK머티리얼즈에 약속한 행정과 재정지원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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