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중대재해처벌법,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어야

김강석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김강석 중소기업중앙회 신임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김강석 중소기업중앙회 신임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지난달 27일부터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로 인해 근로자가 다치거나 소중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법률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거나, 불안감마저 감추지 못하는 기업인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먼저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주체가 불명확해 누가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사업주의 의무와 관리 범위 또한 '안전보건 관계법령' 등으로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고 면책 조항 또한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조차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주라면 누구나 산업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산업 재해는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고 사업주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때문에 중대재해의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과한 부분이 있다. 관련 조직의 신설이나 전담 인력 채용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인 54%가 시행일에 맞춰 의무 사항을 준수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법적 의무 사항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시급한 입법 보완 필요 사항으로는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처벌 면책 규정을 신설해 달라'는 비율이 7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사업주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도 사업주의 책임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의무 조항만 1천222개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법인 벌금, 행정제재, 손해액 5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 모두 4중의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 수위는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자칫 한 번의 실수로 범법자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폐업이나 휴업을 고민한다는 소리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산업 현장에서의 근로자 안전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듯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실효성 있게 집행되기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이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처벌 수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모호한 표현 대신 기업인이 준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예방 중심의 산업안전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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