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만나다 보니 사소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어쩌면 사소하지 않은, 만남 자체에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하는 중대한 문제로 볼 수도 있었다. 바로 할 말이 없다는 것. 수연이나 나나 말밑천을 탄창 가득 채워놓고 반자동으로 쏴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지뢰밭을 걷듯 결혼과 연결될 수 있는 말머리는 요리조리 피해가다 보니, 대화는 불어터진 칼국수처럼 뚝뚝 끊기기 일쑤였다. 마주 앉은 사람과 시선을 맞추지 않는 수연이의 버릇도 여전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구원투수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저기, 우리 학원에 저랑 동갑인 선생님이 있는데요... 마르지 않는 가십의 유전, 입방아의 순교자, 마리아의 탄생 설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최제훈,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中.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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